2013.01.31 그 날 이후…SK '해외사업·M&A 시계'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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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구속 1년
獄中 '서포터' 역할 한계
獄中 '서포터' 역할 한계

28일 SK그룹의 한 임원은 수감된 지 1년이 되는 최태원 SK 회장(사진)의 근황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설날( 31일)이 최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어서 그룹 임직원들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 주요 그룹 오너로서는 최장 기간 구속이다.
지난해 1,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한 최 회장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마저 작년 9월 2심에서 3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구속돼 명절을 앞둔 그룹 분위기는 침울하다.
최 회장이 수감된 경기 의왕의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요통을 제외하면 최 회장의 건강이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독방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 보인다”며 “오전엔 간단한 운동과 독서를 하고 오후에는 면회객을 만난다”고 근황을 전했다. 책은 주로 기독교 관련 서적과 수필류를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근 수펙스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CEO들은 설 연휴 전과 후로 나눠 구치소를 찾을 예정이다.
회장의 장기 공백으로 SK는 해외 사업과 M&A(인수합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초 베이징에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영상메시지에서 “해외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서포터(후원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SK의 주력인 에너지와 통신 등은 국가 기반산업이어서 해외 진출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해당 국가 고위층과의 친분을 쌓아야 하는 등 오랜 기간 공을 들여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SK가 지난해 중국 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 합작으로 3조3000억원 규모의 에틸렌 공장을 완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최 회장의 주도로 7년 만에 성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당국의 기간산업에 대한 외자유치 제한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최 회장이 중국 고위층을 일일이 면담하며 합작사업을 이끌어냈다.
SK이노베이션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작년부터 올스톱 상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멕시코의 경우 최근 원유개발 시장이 개방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회장이 부재중인 우리는 지켜만 보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M&A도 부진하다. SK는 지난해 ADT캡스, STX에너지 인수를 포기한 데 이어 이달엔 호주 석유유통회사인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본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박해영/의왕=배석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