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신흥국 금융불안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로 뚜렷한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외 변수와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도 증시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시장에선 오는 30일(한국시간) 발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회의 결과에 따라 설 이후 증시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 1900~1910선 지지부진…FOMC 이후 방향 결정

28일 코스피지수는 기관 매수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6.59포인트 오른 1916.93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외국인들이 대거 팔자에 나서 장 중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던 것에 비해 선방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위기에 대한 불안과 FOMC를 앞둔 경계감으로 큰 폭의 반등은 없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3146억 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이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금융불안은 이제 막 불거진 문제" 라며 "1월 FOMC에서 어느 정도 수위의 테이퍼링이 나오느냐에 따라 신흥국 위기가 가라앉을 지, 더 거세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경제는 기초체력(펀더멘탈)이 좋은 편이라 테이퍼링에 따른 증시 영향이 덜하지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며 "신흥국 위기가 남미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금융시장 충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에서 벗어나는 힘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강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위기인 통화가치 하락이 한국 기업에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며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면역력은 수출기업 비중이 큰 대만과 한국에서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저평가 된 자동차,반도체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실적 전망은 당분간 흐림 … 중소형주 업종별 갈릴 듯

기업 실적이 증시를 뒷받침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4분기 '어닝쇼크'를 낸 데 이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기대를 밑돌았다. 다음 주부터 발표되는 중소형주 전망도 밝지 않다.

이남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당 수 대기업이 부진한 성적을 받아든데 따라 이들과 연동된 중소형주도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 이라며 "1월이 대형주 '어닝쇼크'였다면 2월은 중소형주가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주는 1분기까진 어려울 것"이라며 "실적 측면에서 선방한 자동차, 반도체(SK하이닉스)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견조한 실적을 보인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유틸리티 업종도 추천했다.

곽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긴 힘들 것" 이라면서도 "중소형주는 업종별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