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고용해 경쟁업체 공격하고 정보 빼내

회원 6천200여명에 배팅금액만 4천억 원에 이르는 기업형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5곳이 적발됐다.

이들은 경쟁업체를 공격하고 정보를 빼내는가 하면 경쟁업체의 디도스 공격을 막으려고 해커를 고용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9일 일본과 미국에 도박 서버를 두고 국내 회원을 상대로 불법 스포츠 도박을 알선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김모(31)씨 등 도박사이트 운영자 3명과 업체 간부 2명을 구속했다.

또 경찰은 사이트 운영을 도운 종업원 19명을 입건하고 돈을 받고 경쟁업체의 회원정보를 빼낸 해커 3명을 수사하고 있다.

김씨 등은 일본에 서버를 두고 P토토 등 3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 3천500명을 모집,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2천346억 원 규모의 스포츠 도박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차례 5천 원에서 100만 원을 배팅하고 국내외 각종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맞추면 최고 300만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이 이런 수법으로 벌어들인 부당 이익금만 114억 원에 달한다.

김씨는 직원 19명을 홍보팀과 인터넷방송팀, 내근팀, 중국팀, 해커팀 등 기업조직처럼 나눠 운영해 왔다.

간부직원인 J(31·구속)씨는 몇 년 전 앨범까지 낸 신인 가수로 활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가 사이트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게 됐다.

특히 해커 2명은 경쟁업체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키고 타사의 회원정보를 빼내는 데 동원됐다.

이번에 적발된 회원 1천270명 규모의 D토토는 온라인 게임 동호회원들의 주도로 운영됐다.

인기 온라인 게임에서 계급이 높은 김모(42·구속)씨는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바탕으로 동호회원에게 1천500만 원을 받고 사이트를 분양하고 매월 300만 원의 관리비를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B토토 운영자 정모(36·구속)씨는 미국에 서버를 두고 중국과 필리핀에 사무실을 개설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2009년 6월부터 1천500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1천316억원 규모의 도박을 알선하고 23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한 해커에게 다른 경쟁업체의 우수 고객 정보 2천 건을 100만 원에 사들여 사이트 홍보에 활용했으며 디도스 공격을 막아달라며 사이트 보호비 500만 원 지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 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현금 3억550만 원과 대포통장 119개, 대포폰 30대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도박 금액이 1천만 원을 넘은 도박사이트 이용자 400여명에 대해서는 상습 도박혐의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홍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은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사이트를 분양받아 새로운 도박 업체를 운영하는 식으로 온라인 도박 영업이 확산되고 있고 해커를 동원한 업체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단속 의지를 보였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