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해방 꿈꾸는 두 하녀의 '은밀한 반란'
보조석도 모자랐다. 복도는 물론 배우들이 움직이는 무대 동선 바로 앞까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삶을 진지하게 통찰하거나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을 주로 올리는 대학로 소극장인 게릴라극장이 이처럼 만원 사례를 이루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좋은 연극을 한 명이라도 더 함께 보고 경험을 공유하려는 공동체적인 열망과 기대가 느껴졌다.

상연작은 2002년과 2009년에 이어 연희단거리패와 이윤택이 세 번째로 무대화한 장 주네의 ‘하녀들’. 2009년 공연에서 호평을 받은 연희단거리패 배우 김소희 배보람 황혜린이 예전의 역할 그대로 출연한다.

주네가 1946년 발표한 희곡 ‘하녀들’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 7년간 모셨던 여주인을 살해한 ‘빠빵 자매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담이 외출한 빈집에서 벌이는 두 하녀의 은밀한 연극 놀이를 통해 억압과 구속에서 탈출하려는 인간의 억눌린 욕망과 좌절, 자기 구원과 해방에 대한 의지를 극적으로 표출한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부조리극에 맞게 많은 연출가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

이윤택이 연출한 ‘하녀들’에선 ‘부조리’ ‘전위적’ ‘난해함’ 등 주네에 따라붙는 단어들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깊이 있고 섬세한 연출과 해석으로 구현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및 극적 상황은 충분히 따라갈 만하다. 고도의 양식화된 연기를 체화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배보람(끌레르)과 황혜림(쏠랑쥬)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욕구와 좌절을 표출하는 하녀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전체 3막 중 2막에만 나오는 마담 역의 김소희는 등장만으로도 공연장의 공기를 바꿔 놓는다. 카리스마적인 존재감으로 두 하녀를 쩔쩔매게 할 뿐 아니라 객석을 압도한다. 이기적이고 자아도취에 빠진 부르주아이자 절대적인 권력자의 이중적인 면모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90여분간 배우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무대에 빠져들었다. 공연장을 나서는 표정에서 좋은 연극과 배우를 봤다는 뿌듯함이 엿보였다. 서울 공연은 내달 2일까지. 이어 부산 한결아트홀에서 내달 21일부터 3월9일까지 공연한다. 1만5000~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