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인 70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어쨌든 경제의 안정성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민스런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수출은 3.0% 늘어난 반면 수입은 0.8% 줄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해 만들어진 흑자라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부인하지만 전형적인 축소형 내지 불황형 흑자다.

이런 형태의 흑자는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부담스럽다. 경기 호조와는 무관한 데다 원화절상 압력까지 높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한국은행이 “2013년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우리 경제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라고 한 것도 바로 그래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경상흑자는 2012년에 비해 무려 47%나 늘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자본재 수입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본재 수입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4.2% 줄었던 전년에 비해서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증가세가 미미하다. 대규모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불황형 흑자가 굳어지면 일본식 장기불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 경제가 1980년대 중후반 이후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통화가치가 올라도 수입이 늘지 않아 경상흑자가 지속되고, 이에 따른 추가 절상 압력과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으로 내수가 더욱 정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기업이 뛰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투자가 늘고 내수도 살며 경상흑자도 적정규모로 줄어든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반대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