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낙동강 오리알’일까. 사전적으로는 무리에서 떨어지거나 홀로 뒤처져 처량하게 남은 신세를 비유하는 말이다. 그러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몇몇 속설만 돌아다닌다. 그 중 하나는 낙동강 갈대숲 둥지의 오리알이 장마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가는 모습에서 따온 관용구라고 한다.

또 하나는 6·25 때 낙동강 전투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최후 방어선을 뚫기 위해 덤비는 인민군 머리 위로 유엔군의 포탄과 국군의 총탄이 쏟아지는 걸 보고 한 중대장이 “야! 낙동강에 오리알 떨어진다”고 소리친 이후 인민군을 조롱하는 뜻으로 쓰였다는 설이다.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 중대장 이름 등이 등장하긴 해도 학술적인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두 가지 설의 진위를 떠나 ‘오리알’의 배경이 낙동강인 것만은 분명하다. 농담으로라도 ‘한강 오리알’이나 ‘섬진강 오리알’ ‘영산강 오리알’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공천이나 조직개편에 따른 부처 밥그릇 싸움에도 자주 쓰인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과 명예퇴직한 중년에 빗댄 ‘이태백 오리알’ ‘386오리알’ ‘사오정 오리알’도 세태별 유행어다.

그런 오리알이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동강 오리알’도 이젠 옛말이 됐다. 오리알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데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달걀보다 낮아 건강식으로 인기다. 불포화지방산은 소의 10배, 닭의 5배, 돼지의 2배라고 한다. 오리알 기름도 시력회복, 빈혈예방, 혈압 정상화, 콜레스테롤 감소 등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칼슘이나 철, 마그네슘 등 무기질 성분이 달걀보다 풍부하고 비타민A 함량도 많다. 노른자의 레시틴 성분은 콜레스테롤 배출에 좋다고 한다. 또 두뇌발달과 기억력 향상, 세포재생 등을 돕는 비타민A가 많고 피부를 좋게 하는 콜라겐도 풍부하다.

오리알로 만든 요리 중에는 중국의 쑹화단(松花蛋·송화단)이 유명하다. 알을 찰흙·소금·왕겨·석회 등의 혼합물에 넣어 밀봉한 뒤 삭힌 것으로 껍질 속의 흰자위에 소나무 잎 무늬가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중국인의 수요가 워낙 많아 유해색소를 썼다가 감옥에 가는 사람이 자주 나올 정도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애꿎은 오리알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전국에서 매몰처분된 오리알이 벌써 수백만개를 넘었다니, 진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게 그들인지 우리인지 모르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