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과 직장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20~30대 탈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가발산업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고 시장규모가 연간 2조원대로 성장했지만 가발산업은 30%인 60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600만~800만원에 달하던 모발이식 가격(3000모 기준)이 최근 200만~30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맞춤 가발(130만~150만원)과 큰 차이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가발 관리비까지 감안하면 모발이식이 더 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가발 업체들은 틈새 고객을 적극 공략하는 쪽으로 나서고 있다. 탈모가 많이 진행된 고객을 위주로 영업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탈모 초기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토털 헤어케어’를 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1위 가발업체 하이모는 지난해 4월부턴 발효효소식품 ‘하이생’을 판매하고 있다. 하이생은 현미 미강 홍삼을 혼합발효시킨 제품으로 유산균의 체내 흡수를 높이고 발모를 돕는다는 게 하이모 측 설명이다. 두피와 모발 건강을 위한 헤어케어 세트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홍정은 하이모 전무는 “2000년대 후반부터 모발이식 등 다양한 탈모 대안책이 등장하면서 가발업계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며 “토털 헤어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탈모를 겪고 있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여성 탈모 인구는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모는 ‘하이모레이디’, 밀란은 ‘밀란마리스’란 전용 브랜드로 여성층을 공략하고 있다. 매장엔 맞춤 가발부터 패션 가발, 헤어 장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쉬즈모는 여성 고객을 위한 방문 판매를 시작했다. 헤어전문가인 ‘뷰티메신저’가 직접 집으로 방문해 상담과 구매를 돕는다. 여성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매장 방문을 꺼린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