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국적제약사가 최근 전북 원광대병원으로부터 약값 인하 통보를 받았다. 2월부터 재시행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건강보험공단이 병원이 약값을 깎은 금액의 70%를 그 병원에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를 앞두고 약값을 대폭 할인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 회사가 납품하는 고지혈증 치료제 보험가는 정당 1138원이다. 원광대병원이 2원 납품가를 관철하면 차액의 70%인 795원(한 알)을 합법적인 리베이트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원광대병원은 국내 제약사들에도 일괄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병원들이 인센티브를 노리고 ‘약값 후려치기’에 나서면서 제약사들이 아우성이다. 원광대병원뿐만 아니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보훈병원 서울의료원 등 상당수 대형병원이 재계약을 통한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병원들은 평균 알당 200~500원인 복제약과 1000원이 넘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가리지 않고 ‘2원’ ‘5원’ 등 한 자릿수 납품가를 제시하며 제약사를 압박하고 있다. B제약사 관계자는 “1원 낙찰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원내 처방 비중이 10% 이하인 제너릭은 2원, 10% 이상 의약품은 정당 5원을 정해놓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품목에서 제외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며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병원 내 수요가 100%에 달하는 주사제는 납품가격 인하 요구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병원은 주사제에 대해서도 기존 약가의 50~70%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제약협회는 병원들의 저가요구와 관련,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거래상지위남용 또는 기타 법률위반 행위를 가리는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