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 700억달러를 넘어섰다. 원자재값 하락과 수출 호조에 따른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700억弗 돌파…2013년 47% 늘어 '사상 최대'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12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였던 2012년의 480억8000만달러보다 226억5000만달러(47.1%) 증가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내놓았던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630억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한은은 지난해 1월 320억달러를 시작으로 전망치를 세 번 상향 조정했다.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는 지난해 607억1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수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5709억2000만달러, 수입은 0.8% 감소한 5102억1000만달러였다. 정영택 경제통계국장은 대규모 흑자 원인에 대해 “주요 수입품목인 원유 등 원자재가격이 약세여서 수입가격이 떨어졌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돼 수출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 흑자는 60억달러로 전년보다 2억7000만달러 늘었다. 2011년까지 만성 적자였던 서비스수지는 건설 등 기타서비스수지(53억1000만달러 흑자) 운송수지(80억2000만달러 흑자) 호조에 힘입어 흑자 구조로 바뀌고 있다. 여행수지는 73억3000만달러 적자를 지속했다.

급료·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는 48억달러 흑자, 송금 등 이전소득수지는 7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에선 지난해 유출이 유입보다 724억1000만달러나 많았다. 종전 유출 초과 최대치인 2012년의 513억7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대출·차입 등 기타투자에서 417억7000만달러, 직접투자에서 130억6000만달러 순유출을 나타냈다. 증권투자는 69억4000만달러 순유출, 파생금융상품은 38억4000만달러 순유입을 나타내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한은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흑자 기록행진은 경합관계인 일본과 대조를 보였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1조4745억엔으로 사상 최대였다. 정 국장은 “우리 경제는 생각보다 강하다”며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성장둔화와 경상수지 적자를 겪는 다른 신흥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경기둔화에 따른 수입 감세로 ‘불황형 흑자’를 냈다는 견해에 대해선 “가격이 떨어졌을 뿐 소비재나 자본재의 수입물량은 늘고 있다”며 “이달 역시 수출과 수입 모두 견조한 증가세”라고 반박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해보다는 소폭 줄어든 55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