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용 하림 사장 "닭·오리고기 먹으면 큰일난다니…인터넷 떠도는 AI 괴담에 답답"
“인터넷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괴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국내 최대 닭 가공업체인 하림의 이문용 사장(사진)은 29일 침통한 목소리로 기자와 통화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으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써 놓은 글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확률은 사실상 제로(0)지만 AI에 걸린 오리나 닭이 유통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75도 이상에서 5분 정도 가열해 먹으면 아무 영향이 없다는 거 이제 다 알지 않나요. 검역 기준이 까다로운 일본이 AI 발생 이후 여전히 삼계탕을 사가는 것만 봐도 국내 닭고기가 안전하다는 증거예요”라고 말했다.

게다가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고기는 유통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AI가 번지면 농장의 닭을 살처분하잖아요. 하림 관련 축산농가도 지금까지 20만마리나 살처분했어요. 또 AI에 걸리면 닭은 금방 죽어요. 죽은 닭은 잡지도 않아요. 피가 빠지지 않고 반점이 남아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이죠. 그냥 묻어 버리죠.” 그런데도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떠돌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 사장은 “AI 발생 전보다 매출이 15%가량 줄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어요. 해마다 겨울이면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막연한 공포감은 버려야 한다”며 “닭이나 오리고기를 먹고 사람이 AI에 걸린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닭고기를 먹고 AI에 걸리면 보상해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농협, 계육협회, 토종닭협회 등과 닭고기 보험을 논의하고 있어요. 오죽 답답하면 이렇게까지 하겠어요”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서 공연한 불안감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