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내정자, 경영비전 TF 구성…포스코 미래기술 찾기 전에 '발등의 불' 재무부터 손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사진)가 29일 취임 뒤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술 전문가’이지만 사업구조 개편에 무게를 두고 포스코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이 재임한 지난 5년간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영업이익률은 낮아진 만큼 단기간에 포스코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술력 향상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는 장기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경영 구상 만들 TF 가동

권오준 내정자, 경영비전 TF 구성…포스코 미래기술 찾기 전에 '발등의 불' 재무부터 손본다
권 내정자는 이날 서울 역삼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 혁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름은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이다.

추진반은 4개 팀으로 운영된다. ‘철강본업경쟁력팀’ ‘재무혁신팀’ ‘경영인프라팀’ ‘신성장동력팀’이다. 김응규 포스코 부사장과 최명주 포스텍기술투자 대표 등 부사장급 2명이 총괄하고 장인환 포스코 부사장이 간사를 맡는다.

임원 8명을 포함해 총 40여명이 4개 팀에 나뉘어 경영 혁신 방안을 짜고 권 내정자는 이를 3월14일 주주총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현 회장과 동거하는 체제에서 후임자의 경영 전략을 사전에 마련하려는 취지의 ‘인수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 1순위

4개 팀 가운데 권 내정자가 특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부문은 재무 혁신이다.

작년 말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포스코의 재무구조 불안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일제히 떨어뜨렸다. 포스코는 이를 의식해 지난 28일 기업설명회(IR)에서 작년 말 부채비율이 84.3%(연결 기준)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포스코의 부채는 18조원대였다. 작년 말에는 38조원으로 2배로 불었다. 영업이익률은 이 기간 17.2%에서 4.8%로 3분의 1 이하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계열사는 31개에서 46개로 증가했다. 그나마 70개까지 늘었던 것을 상당폭 정리한 것이다. 한때 분기당 1조원씩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던 포스코 수익 창출 능력이 크게 약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내정자가 수익이 안 되는 사업이나 계열사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진 유임으로 조직 안정

3월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게 될 인사 방향도 관심사다. 권 내정자는 가급적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 임원진 중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준식 사장(성장투자사업부문장)과 박기홍 사장(기획·재무부문장) 등은 유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영진 교체 없이 효율적으로 개혁을 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에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서 계열사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