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한류'…2억짜리 받고간 해외 VIP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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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진화하는 프리미엄 건강검진
1000만원대 1박2일 패키지, 예약 6~8개월 기다리기도
병원 '알짜 수익' 경쟁 불붙어…소화기·심장·뇌졸중 검사까지
1000만원대 1박2일 패키지, 예약 6~8개월 기다리기도
병원 '알짜 수익' 경쟁 불붙어…소화기·심장·뇌졸중 검사까지
세르지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지인 3명과 함께 지난주 서울 강남 차움을 방문해 2억원 상당의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받고 귀국했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속 거의 모든 장기의 질환 여부와 병변을 빠짐없이 검사하는 초정밀 검진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초고가’ ‘프리미엄’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검진에서는 잡아내지 못하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검진 항목을 늘리는 것보다는 환자 상태에 맞게 최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급증하는 건강검진센터
최근 몇 년 새 건강검진센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형 전문병원까지 전국적으로 3000여곳 정도가 검진센터(또는 건강증진센터)를 운영 중이다. 매달 10여곳 정도가 새로 문을 열 정도로 인기다.
의사협회·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100여곳의 검진센터가 새로 개원했다. 검진센터를 늘리는 것은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검진비용은 평균 100만원대(VIP검진은 200만~300만원대)다.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가 검사가 포함되면 비용은 수백만원이 더 붙는다. 대부분 비급여항목이어서 병원 입장에선 ‘알짜 수익’이다.
○1박2일 숙박검진도 있어
고가 패딩의류가 최근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의료계에서도 고가·프리미엄 검진이 유행이다. 강남 일대 대학병원 검진센터에서는 1000만원이 넘는 건강검진이 수두룩하다. 특급호텔에서 쉬며 검진받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병원에서 1박2일 지내는 ‘숙박검진(500만원대)’도 있다. 이런 고가검진은 기본검진(혈액검사·신체측정·흉부엑스레이·심전도·폐활량·소변·대변검사+내시경·초음파 중 선택)에 소화기 정밀 검진, 뇌졸중 검진, 심장 검진 등을 옵션으로 4~5개 추가해 수백만원이 더 붙는다. 그럼에도 예약을 하려면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들은 ‘검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말한다. 많은 항목을 검사하면 그만큼 질병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고가라고 ‘맹신’은 금물
하지만 환자들의 막연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검진 항목을 마구 늘려놓은 사례도 많다. 패키지형이 대표적이다. 정밀검사를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MRI·양전자단층촬영(PET-CT) 등 고가 장비가 총동원돼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검사까지 있다. 그러나 이런 검진을 받아도 예컨대 암 크기가 1㎝도 안되면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 검진은 고가 의료장비를 이용한 검진을 늘리는 방식으로 병원 수익을 높이려는 것인데,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만 커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병원 검진센터 관계자는 “검진이 많을수록 방사선 피폭이 늘고 장기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많아 특별한 병이 없는 한 3년에 한 번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검진기관 대부분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검진자의 CT 촬영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방사선의학회와 임상종양학회는 지난해 ‘안 해도 되는 건강검진 검사항목 45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처음 받은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10년 동안 내시경을 받지 않아도 되고, 1㎝ 이하 단순 대장용종 1~2개를 제거했다면 이후 5년 동안 대장내시경을 안 해도 된다는 것 등이다. 몇 년에 한 번은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국내 분위기와는 다르다.
최만규 한국의학연구소(KMI) 여의도지점 소장은 “건강검진은 연령이나 생활습관, 질병 가족력을 고려해 선별해서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많은 검사가 포함된 패키지 검진보다 사전상담을 통해 건강진단 항목과 검진주기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이를 계기로 ‘초고가’ ‘프리미엄’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검진에서는 잡아내지 못하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검진 항목을 늘리는 것보다는 환자 상태에 맞게 최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급증하는 건강검진센터
최근 몇 년 새 건강검진센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형 전문병원까지 전국적으로 3000여곳 정도가 검진센터(또는 건강증진센터)를 운영 중이다. 매달 10여곳 정도가 새로 문을 열 정도로 인기다.
의사협회·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100여곳의 검진센터가 새로 개원했다. 검진센터를 늘리는 것은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검진비용은 평균 100만원대(VIP검진은 200만~300만원대)다.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가 검사가 포함되면 비용은 수백만원이 더 붙는다. 대부분 비급여항목이어서 병원 입장에선 ‘알짜 수익’이다.
○1박2일 숙박검진도 있어
고가 패딩의류가 최근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의료계에서도 고가·프리미엄 검진이 유행이다. 강남 일대 대학병원 검진센터에서는 1000만원이 넘는 건강검진이 수두룩하다. 특급호텔에서 쉬며 검진받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병원에서 1박2일 지내는 ‘숙박검진(500만원대)’도 있다. 이런 고가검진은 기본검진(혈액검사·신체측정·흉부엑스레이·심전도·폐활량·소변·대변검사+내시경·초음파 중 선택)에 소화기 정밀 검진, 뇌졸중 검진, 심장 검진 등을 옵션으로 4~5개 추가해 수백만원이 더 붙는다. 그럼에도 예약을 하려면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들은 ‘검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말한다. 많은 항목을 검사하면 그만큼 질병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고가라고 ‘맹신’은 금물
하지만 환자들의 막연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검진 항목을 마구 늘려놓은 사례도 많다. 패키지형이 대표적이다. 정밀검사를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MRI·양전자단층촬영(PET-CT) 등 고가 장비가 총동원돼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검사까지 있다. 그러나 이런 검진을 받아도 예컨대 암 크기가 1㎝도 안되면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 검진은 고가 의료장비를 이용한 검진을 늘리는 방식으로 병원 수익을 높이려는 것인데,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만 커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병원 검진센터 관계자는 “검진이 많을수록 방사선 피폭이 늘고 장기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많아 특별한 병이 없는 한 3년에 한 번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검진기관 대부분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검진자의 CT 촬영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방사선의학회와 임상종양학회는 지난해 ‘안 해도 되는 건강검진 검사항목 45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처음 받은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10년 동안 내시경을 받지 않아도 되고, 1㎝ 이하 단순 대장용종 1~2개를 제거했다면 이후 5년 동안 대장내시경을 안 해도 된다는 것 등이다. 몇 년에 한 번은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국내 분위기와는 다르다.
최만규 한국의학연구소(KMI) 여의도지점 소장은 “건강검진은 연령이나 생활습관, 질병 가족력을 고려해 선별해서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많은 검사가 포함된 패키지 검진보다 사전상담을 통해 건강진단 항목과 검진주기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