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0일 양적완화 추가 축소를 결정했다. 30일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에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장이 미국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왔던 만큼 이번 FOMC 결정은 시장에 충분히 노출된 재료라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신흥국 금융위기 불안감이 미국의 이번 추가 양적완화 축소 조치로 악화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킬지는 지켜봐야 할 변수로 남았다.

미국 중앙은행(Fed) FOMC 1월 정례회의에서 월 750억달러(약 80조4000억원)인 양적완화 규모를 다음 달부터 6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연준은 매달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써왔다.

이번 결정은 연준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두 번의 FOMC 회의를 통해 시장에 푸는 돈의 규모를 기존 8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까지 줄였음을 뜻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FOMC 결정은 시장이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인 만큼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결정의 변수였던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6.7%)이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졌고, 새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이상 한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 대다수는 추가 양적완화 축소를 어느 정도 예상해왔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OMC의 이번 결정은 경기 회복 일정대로 가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시장에서는 '나올 게 드디어 나왔다'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이미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설 연휴가 끝나고 열리는 다음 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가 이번 FOMC 결정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750억 달러로 유지했다면 국내 증시가 악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지난달 FOMC에서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개시를 결정한 지 한 달 만에 계획을 바꾼다면 연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가 테이퍼링 결정이 신흥국 금융불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번 FOMC에서 최근의 신흥국 금융불안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서 우선순위가 국외 변수보다는 자국의 경기 상황임을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출렁거리는 강도가 결정된다"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시장의 환율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에 이날 브라질·터키·러시아 등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증시가 하락하며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FOMC 결정이 최근 금융위기 우려가 커진 신흥국에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FOMC 결정으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심화되면 국내 채권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추가 테이퍼링 결정 이후) 신흥국의 환율 흐름이 불안해지면 일시적으로 시장의 부담감은 커지겠지만 결과적으로 원화채권의 매력이 부각돼 오히려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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