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스위스계 쉰들러홀딩AG가 현대엘리베이터가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3일 발표했다.

쉰들러의 국내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충정 황주명 대표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대엘리베이터가 추진하는 유상증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며 “쉰들러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주주에게 부여되는 신주인수권도 처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앞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존 주주 및 일반 공모를 통해 이달 말 1941억원 규모로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공시를 보면 조달 자금은 현대상선 주가와 연계된 파생상품 정산과 회사채 만기 상환을 위해 소요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쉰들러의 지분율은 30.9%에서 21% 수준으로 떨어질 예정이다. 쉰들러 측 관계자는 “지분율이 떨어지면 발언권은 더 축소될 것”이라며 “기존 지분을 전부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재무적투자자(FI)들과 거래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쉰들러는 한국의 엘리베이터 시장을 포기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쉰들러 관계자는 “한국 홍콩 인도를 중심으로 엘리베이터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은 없다”며 “단지 현대엘리베이터와의 협력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쉰들러 측의 이 같은 발표에 “쉰들러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뉴스도, 나쁜 뉴스도 아닌 깜짝 뉴스(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상증자는 예정대로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오는 7일 전 세계 애널리스트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텔레콘퍼런스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불참 배경 등을 자세히 밝힐 예정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