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루안다 시내에 올라가고 있는 고층 빌딩들 /김현석 기자
앙골라 루안다 시내에 올라가고 있는 고층 빌딩들 /김현석 기자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 이케자(IKEJA)몰은 꼬리를 문 차량으로 입구부터 정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데만 20분이 넘게 걸렸다. 이곳은 서아프리카 최대 쇼핑몰로 한 달에 65만명이 찾는다. 1층 슈퍼마켓 ‘숍라이트’에선 BMW 승용차를 걸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멀티플렉스에 들어서니 팝콘과 콜라를 든 젊은이들이 그득했다. 레미 오니 나이지리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소비자금융헤드는 “2005년 이후 레키몰 이케자몰 등 대형 쇼핑몰에 사람이 몰리면서 최근 에코몰 등 더 큰 몰이 잇따라 건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소비시장’으로 뜨고 있다. 과거 원조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아프리카는 중산층이 형성되며 글로벌 기업의 전략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위스키와 요트를 향유하는 상류층부터 쇼핑몰에서 영화와 오락을 즐기는 중산층, 생애 처음 신발과 샴푸를 사는 서민층까지 다양한 소비계층으로 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가파른 도시화…글로벌 기업 각축

[한경 특별기획] 중산층 3억명 '소비 파워'…阿! 놀라워라
소비 폭발은 사람이 늘고, 소득이 높아진 덕분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 연소득 3900달러(약 400만원) 이상인 중산층은 최근 10년간 60% 이상 늘어 3억1300만명(2011년 기준)에 달한다. 인구의 34% 수준으로 중국·인도 중산층을 더한 숫자와 맞먹는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 아프리카인 2명 중 1명이 중산층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이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2000년 이후 아프리카의 소비시장은 연 4%씩 성장했다. 윤태웅 KOTRA 아디스아바바 무역관장은 “아직 샤넬 등을 찾는 럭셔리 소비자층은 형성되지 않았지만 난생처음으로 좋은 샴푸로 머리를 감고 깔끔한 옷을 입고 싶어하는 중산층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화도 한 요인이다. 아프리카에서 100만명 넘는 도시는 서유럽과 같은 숫자인 52개에 달한다.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5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화는 거대한 소비 수요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아프리카의 소비지출은 두 배 가까이 늘어 2020년이면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샴페인, 위스키 등 고가의 주류와 자동차, 명품 의류 등 사치품 수요도 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시카로드 몰’ 내의 나쿠맷 슈퍼마켓의 주류 진열대엔 최고급 위스키인 ‘조니워커 블루’가 수십 병 놓여 있다. 시바스리갈, 발렌타인 등도 꾸준히 팔려나간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6만달러가 넘는 85인치 초고화질 TV를 서아프리카에서만 17대 팔았다. 덕분에 삼성의 서아프리카 매출은 2011년 3억달러 선에서 지난해 11억달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는 월 1200달러 이상을 버는 아프리카 부유층 대상 시장 규모가 2000년 약 2000억달러에서 2015년 최대 6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복합쇼핑몰 건설붐 치솟는 땅값

소비가 늘면서 글로벌 유통 업체가 몰려들고 있다. 월마트는 2011년 남아공 매스마트의 지분(50%)을 24억달러에 사들인 뒤 이를 거점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 359개 점포를 가진 매스마트는 작년 8월 3년 내로 90개 점포를 추가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최대 유통업체인 남아공의 숍라이트는 16개국에 220개 점포를 갖고 있다.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슈퍼마켓인 숍라이트는 아프리카 진출로 주가가 급등했다. 매출이 2007년 398억랜드(1랜드는 약 97원)에서 2012년 827억랜드로 뛰자 주가도 2007년 말 40랜드에서 최근 140랜드까지 치솟았다. 셀레스테 파코니에 남아공 RMB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아프리카 전역에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그동안 아프리카의 성장은 자원에 의존했지만 이제 소비가 견인하는 성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쇼핑몰 등의 수요가 늘자 땅값도 꿈틀대고 있다. 라고스의 땅값은 지난 10년간 수십배 뛰었다. 35에이커(4만3000평) 규모의 스탤리온그룹의 트럭 공장은 2004년 2억5000만나이라(약 17억원)였지만 현재 50억나이라(약 350억원)로 올랐다. 스탤리온그룹의 파비르 싱 사장은 “대부분의 쓸 만한 땅이 10배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남윤선 라고스(나이지리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공동기획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