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CJ그룹 스포츠마케팅팀장(왼쪽)이 소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부문에서 결선 진출을 노리는 김호준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CJ 제공
김준호 CJ그룹 스포츠마케팅팀장(왼쪽)이 소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부문에서 결선 진출을 노리는 김호준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CJ 제공
세계인의 겨울축제 소치 동계올림픽이 다가왔다. 선수만큼이나 기업들도 치열한 스포츠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통해 기업은 스포츠가 갖는 건강한 이미지와 역동성, 이벤트의 명성과 신뢰도를 결합함으로써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한다.

올겨울 올림픽 마케팅 전쟁에 뛰어든 기업들 중 CJ그룹은 다른 기업과는 접근방식이 조금 달라 눈길을 끈다. 스폰서십에 따른 브랜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 종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CJ는 아직 올림픽 결선 진출도 이루지 못한 설상 종목 후원을 선택했다. ‘기업은 젊은이들의 꿈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그룹 경영철학에 따라, 비인기 종목이라도 실력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 꿈을 후원하는 ‘꿈지기’로서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CJ 스포츠마케팅의 목표다. 일반적인 대기업의 사회공헌(CSR)을 넘어서 선수와 종목, 기업이 함께 상생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을 꿈꾸는 것이다. ‘문화를 만든다’는 기업 슬로건처럼 CJ는 비인기 종목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 관람 매너 개선 등 올림픽이 하나의 ‘문화’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김준호 CJ 스포츠마케팅팀장은 “CJ는 최초, 최고, 차별화를 지향하는 CJ 온리원(only one) 정신에 어울릴 만한 해당 분야의 선구자를 후원 선수로 선정한다”며 “치열하게 경쟁하되 창의적으로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CJ는 먼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경기를 관전한 뒤 종합적으로 선수의 경기력을 판단한다. 이어 선수와의 대화를 통해 사고방식, 목표의식까지 고려해 제대로 된 ‘꿈’을 꾸는 선수인지를 확인한 뒤에 그 선수의 꿈지기로서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택한 선수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24),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최재우(20) 선수다.

CJ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메달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설상 종목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두 선수가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국내에서 마음껏 훈련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선수들을 위한 해외 전지훈련 지원, 기술력 향상을 위한 외국인 전담 코치 배정, 체력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영양식 제공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생애 두 번째가 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 선수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출전 당시부터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CJ의 후원을 받고 있다. 열악한 국내 환경에서의 훈련만으로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늘 자비로 전지훈련, 대회 출전 등을 소화했던 김 선수는 CJ의 지원하에 경제적인 부담을 덜었고,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면서 나아진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핀란드 루카에서 열린 FIS 월드컵에 출전한 김 선수는 9위를 기록, 소치 올림픽 결선 진출 전망에 청신호를 밝혔다.

모굴스키 유망주 최재우 선수 또한 지난해 1월부터 CJ의 지원하에 훈련에 돌입했고,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해 3월 아시아 최초로 프리스타일 세계 선수권 5위에 오르면서 기대에 부응한 최 선수는 2013년 월드컵 시리즈 프리스타일 모굴 부문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최 선수는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기량도 많이 향상됐고 더 나은 훈련 방법도 알게 됐다”며 “예전엔 비용문제로 혼자 경기에 출전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코치와 함께 경기에 출전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작년부터는 대한스키협회의 최대 스폰서로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긴 안목으로 알파인,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종목으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 제대로 된 훈련 환경도 갖추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는 선수들은 이제 겨우 올림픽 결선 진출을 꿈꾸고 있는 단계지만 머지 않아 이뤄낼 ‘올림픽 메달의 꿈’을 위해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될 때 선수들의 ‘꿈지기’를 자처한 CJ그룹의 노력도 금빛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