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구 인터엠 사장이 서울 도봉구 사옥에서 산업용 음향기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조순구 인터엠 사장이 서울 도봉구 사옥에서 산업용 음향기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연간 8000억원 규모의 국내 산업용 음향기기 시장은 ‘외국 기업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호텔이나 방송국, 공연장 등에서 쓰이는 음향기기의 90%가 JBL, EV, 파나소닉 등 해외 대기업이 만드는 제품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리에 대한 주권(主權)을 잃게 된다”며 외국 대기업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지난해 7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 8%를 기록한 코스닥 상장사 인터엠이다. 조순구 인터엠 사장은 “공공기관에서 쓰는 음향기기도 외국산 브랜드가 90%를 넘는다”며 “한국 소리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양질의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프로음향시장 도전

산업용 음향기기 시장은 호텔, 학교 등에서 안내 방송이나 배경음악(BGM) 등을 제공하는 ‘전관방송(PA)’과 방송국, 공연장 등에서 고음질 음향을 전달하는 ‘프로음향(SR)’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관방송 시장은 인터엠이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공항이나 잠실주경기장, 63빌딩 등 각종 랜드마크 건물에 인터엠 음향기기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프로음향 분야에서는 외국산 브랜드가 대세다. 인터엠이 새로 뛰어들려는 곳이 이 시장이다. 인터엠은 지난해 11월 경기 양주에서 국내 유일의 프로음향 스피커 공장을 준공했다. 조 사장은 “외국산 브랜드는 시스템 구축에 10억원 정도 들지만 인터엠은 1억원대에 가능하다”며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으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제품 설계와 시공 ‘한 번에’

인터엠은 2013회계연도(9월 결산)에 매출 777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53% 늘었다. 올해 회계연도 매출은 8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외국 유명 브랜드 틈새에서 꾸준히 성장한 원동력은 연구개발(R&D)투자다. 전체 임직원 250명의 약 30%가 R&D 인력이다. 이들이 지난해 쏟아낸 신제품은 60종이 넘는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조 사장은 “음향기기는 건축 구조나 용도에 따라 전문적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으로 전국 100여개 대리점과 호흡을 맞추며 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게 특기”라고 강조했다.

○대(代) 이은 소리 집념

조 사장은 국내 1세대 음향기기 업체인 인켈을 창업한 고(故) 조동식 회장의 4남이다. 조 사장은 “제품을 평가할 때마다 ‘좋은 소리는 들어서 기분이 좋아야 하고 멀리 균일하게 뻗어 나가야 한다’는 선친의 가르침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인터엠은 인켈이 산업용 음향기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부서가 1983년 별도 법인(인켈PA)으로 분리하면서 생긴 회사다. 인켈 도쿄지사장을 지낸 조 사장이 1991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995년 지금의 이름으로 문패를 고쳐 달았다.

조 사장은 “사람들이 좋은 소리에 대한 향수를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지금은 음향에 집중하고 점차 영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