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우 임진에스티 사장이 풀림방지 특수너트인 ‘세이퍼락’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임영우 임진에스티 사장이 풀림방지 특수너트인 ‘세이퍼락’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경기 파주시 맥금동에 있는 중소기업 임진에스티 본사 건물에 들어서면 ‘해보기나 했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임영우 사장(45)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해 써놓은 사훈이다.

임 사장은 “볼트·너트 업계는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산, 고가 시장에선 선진국 제품에 밀려 사실상 고사상태”라며 “무엇이든지 해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훈을 정했다”고 말했다.

○성능은 두 배, 가격은 동급

1972년 설립된 임진에스티는 지난 42년간 너트(암나사)만 생산해 온 중소기업이다. 외국산 제품이 80%가량 휩쓴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토종 기업 중 하나다.

임 사장은 2003년 부친에게 회사를 물려받았다. 당시 상황은 암울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으로 판로가 막혔고, 그해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생긴 30억원의 빚이 어깨를 짓눌렀다. 임 사장은 “죽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부채 문제를 어느 정도 추스른 뒤 2008년부터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눈에 띈 게 특수너트(풀림방지너트)였다. 당시 지름 16㎜인 일반너트 가격은 개당 70원이었다. 그러나 일본 하드록이나 스웨덴 바이브록의 풀림방지 너트는 그보다 30배가량 비싼 2000원에 팔렸다.

단단하게 조이는 너트가 반드시 필요한 고속철도 건설사업도 늘어났다. 풍력, 원자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도 확대될 예정이었다. 특수너트 수요가 증가할 것이 확실해보였다.

회사가 제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2009년께 정부는 브라질 고속철사업 수주를 위해 부품 국산화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풀림방지너트도 포함됐다. 임진에스티는 너트 개발업체로 참여했다.

○고속철 부품 첫 국산화

2년여의 연구 결과물이 지난해 나왔다. 세이퍼락(saper-lock)이다. ‘더 안전하다(safer)’는 뜻의 영어 단어는 제품명으로 쓰기가 어려워 비슷한 발음의 ‘saper’로 이름을 지었다

이 제품은 너트 안에 스프링을 넣어 강한 충격과 흔들림에도 풀리지 않게 한 특허기술이 적용됐다. 너트를 조인 뒤 충격이 가해지면 스프링이 조임을 더 강하게 한다. 간단하게 공구로 조일 수 있고, 외부로 나와 있는 ‘풀림쇠’를 당기면 손으로도 쉽게 풀 수 있다.

죄고 풀 때 마모가 덜하고, 재질은 부식이 안 되는 스테인리스여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임 사장은 “외산에 비해 가격은 비슷하지만 작업하기 편하고, 내구성이 좋은 데다 풀림방지 성능까지 뛰어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해외시장 진출 꿈

이 제품은 2017년 말까지 완공될 호남고속철 사업에 쓰인다. 호남고속철 신규 노선 231㎞(오송~목포)에 세이퍼락 50만여개(50억원어치)가 촘촘히 박힐 예정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국내 고가 볼트·너트 시장을 휩쓸어 온 선진국 제품을 제치고 고속철에 첫 국산 제품이 사용되는 사례다.

호남고속철 수주로 10년여 동안 20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지난해 4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임 사장은 이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샘플만 들고 네 차례 이상 해외 전시회를 다녔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더 단단하게 조일 수 있는 기술로 세계 너트시장을 확 쥐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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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으뜸중기제품

△아이스파이프의 CR2000(고출력 LED전등) △임진에스티의 세이퍼락(풀림방지너트) △제이디사운드의 몬스터GODJ(휴대용 DJ기기) △디포인덕션의 인덕션 튀김기(요리기기)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