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가 이 시기 그의 삶과 사랑을 담은 자전 소설 《꽃들은 어디로 갔나》(해냄)를 펴냈다. 그는 4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이건 내 삶의 자취이고 이에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에서 시작했다”며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살아가며 알게 되는 인생과 그 깊이에 대해 쓴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스토리보다는 이 시기를 살며 느낀 인생과 인간성, 구도의 길을 담았다는 것이다.
실제 이야기와 비슷하게 소설에는 작가이자 전직 문예지 기자인 강호순, 세속의 부와 명예뿐 아니라 사랑도 놓치지 않으려는 문필가 박 선생, 박 선생의 두 번째 부인이자 작가인 방 선생이 나온다. 방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둘은 결혼하지만 빛나던 사랑은 결혼이라는 현실 생활 안에서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서씨는 자신의 사랑을 ‘살아낸 사랑’으로 표현했다. 사랑이 주는 아름다움과 설렘뿐 아니라 스러지는 시기의 고통과 슬픔, 존재 자체의 한계에서 오는 아픔을 끌어안고 남은 사랑이라는 것. 그는 이제서야 이를 비로소 객관화할 수 있게 됐고, 이를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려 한 것이 이 소설이다.
그는 “독자들이 피해왔던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는 자리까지 데려가고 싶고, 그곳에서 펑펑 울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생은 돌이킬 수 없지만 소설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다시 살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동리 선생은 제게 기쁨과 설렘을 주셨지만 숱한 흉터를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깊은 체험 자체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고, 저는 깊이 감사합니다. 제 마음의 자리가 완전한 자유이고, 제가 있는 곳이 어떤 곳이든 진실 그 자체의 자리니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