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유형진 시집 전자책으로 나왔다
전자책으로만 볼 수 있는 시집 시리즈가 나왔다. 200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근일 시인이 운영하는 기린과숲 출판사가 전자책 시집인 ‘e시선’ 시리즈를 선보이고 1차분 두 권을 내놓은 것이다.

‘e시선’은 종이책으로 나온 시집을 전자책으로 바꾼 데 그쳤던 기존 콘텐츠와는 달리, 발표된 적 없는 신작 시들을 담은 ‘신상’ 시집이다. 참여한 작가들이 한국 문단에서 검증받은 시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주류 작가들은 대부분 창작물을 전자책으로 먼저 출판하는 것을 꺼려왔다.

e시선의 첫 번째 시집은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을 받은 김언 시인의 《한 시간씩 거리가 좁혀진다》(사진). 그동안 김 시인의 다른 시집에서 볼 수 없었던 비교적 짧은 시들이 실렸다. ‘폭군’ ‘자화상’ 등 집과 일터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개인사를 낯설게 표현한 시들이다. 김 시인은 “유쾌한 기획에 슬쩍 몸을 내맡겨본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함께 나온 두 번째 시집은 2001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유형진 시인의 《피터 판과 친구들》. 유 시인은 “몇 년 전부터 책보다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책을 읽고 시를 쓰는 나를 발견했다”며 “소장이 아닌 ‘읽기’에 비중을 둔다면 꼭 종이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집의 가격은 한 권에 2500원. 값이 싼 대신 실려 있는 시의 편수는 적다. 보통 종이책 시집 한 권에 60편 정도가 실려있는 데 비해 e시선에는 15편 안팎이 담긴다. 이번에 나온 시집 두 권에도 각각 13편, 12편이 실렸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