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적극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셋값이 ‘가계부채 증가→내수 부진→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이런 고리를 끊을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임대시장이 어차피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아예 유인책을 제시해 가계부채도 줄이고 소비도 진작시키겠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구체적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월세 소득공제 확대, 전세대출 보증한도 축소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이런 내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한다.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늘어난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가계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정부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유도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경기회복은 더딘데 내수는 살아나지 않으니 정부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수요가 많아서다. 많은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더라도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 임대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세로 전환하면 전세대출을 안 받아도 되니 세입자들이 그만큼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너무나 순진하고 도식적이다.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 내지는 내수 부진의 주범이라는 분석도 문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세대출 규모는 60조1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321조2000억원)의 5분의 1도 안 된다. 소비 위축의 주범은 전세대출보다는 주택담보대출과 집값 하락이다.

전세대출이 급증한 것도 어설픈 정책의 결과다. 세입자를 지원한다면서 전세대출을 부추긴 것은 정부다. 경제는 살려야겠고 아이디어는 고갈인 관료들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금 줄여서 소비를 늘리자는 발상은 곤란하다. 그 전세금이 떨어지면 그때는 노숙을 하면서 월세까지 털어먹으라고 할 것인가. 무언가를 자꾸 비틀면서 그것을 대책이라고 주장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