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김상철 회장 "단돈 1원도 한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겠다"
국내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한컴)가 2010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업계에서 한컴의 회생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영 악화와 인수자의 횡령·배임 혐의 등 악재에 시달리며 2000년부터 주인이 여덟 번이나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홉 번째 주인은 달랐다. 김상철 한컴 회장은 2010년 10월 한컴 지분 28%를 670억원에 인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뒤 ‘투명경영’을 선포해 한컴의 체질을 바꿔놨다. 김 회장은 “단돈 1원도 한컴 외부로 나가지 않게 하겠다”는 기치 아래 전문경영인으로 이홍구 사장을 영입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한컴은 이후 주력 제품인 ‘한컴오피스’를 비롯해 클라우드·사진편집 소프트웨어 등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성장에 속도를 냈다. 인수 이듬해인 2011년에는 매출 573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400억원대의 천장을 깨고 최고 실적을 냈다. 지난해 3분기에는 3분기 사상 최대인 매출 151억원과 영업이익 52억원을 올렸다.

1953년생으로 61세인 김 회장은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소프트포럼 회장을 지냈다. 금호미터텍 회장, 두레테크 사장을 거쳤으며 소프트포럼 캐피탈익스프레스 다윈텍 등 8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너그러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냉철한 ‘M&A 귀재’이자 성과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업계 지인들은 “온화한 표정 뒤에 하고자 하는 일은 서슴없이 밀어붙이는 ‘뚝심’이 있다”고 평가한다.

김 회장의 신조 중 하나인 ‘경영 독립성 유지’도 뚝심으로 철저히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이 마음껏 ‘글로벌 경영’ 전략을 짤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한 그는 2013년 3월 한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컴이 안정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경영진 중심으로 한컴이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업체를 넘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 나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소프트포럼 대주주로서 사이버테러 인력 양성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2008년 만든 국제해킹방어대회 겸 보안콘퍼런스 ‘코드게이트’는 국내 보안인력을 키우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최대 규모 보안대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국내 대표 사무용 소프트웨어 기업 한컴, 보안업체인 소프트포럼과 같이 성공한 소프트웨어 롤모델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것은 그의 커다란 꿈 중 하나다. 한컴이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청년창업센터에는 그의 이 같은 의지가 반영돼 있다.

김 회장 스스로도 엔젤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창업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며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이 나오는 것이야말로 청년창업이 활성화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