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르완다 합작사 직원들이 설치 중인 LTE 통신망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있다.(사진 위) 나이지리아인 할머니가 라고스 이케자몰 삼성매장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묻고 있다.(사진 아래) 김현석 기자/전설리 기자
KT의 르완다 합작사 직원들이 설치 중인 LTE 통신망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있다.(사진 위) 나이지리아인 할머니가 라고스 이케자몰 삼성매장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묻고 있다.(사진 아래) 김현석 기자/전설리 기자
지난해 10월 르완다 키갈리국제공항에서 밀콜린스호텔로 가는 길. 가로수 사이에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TAS·Transform Africa Summit) 2013’ 깃발이 나부꼈다. “아침에 온 국민이 나와 집 앞 거리 청소를 했어요.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본뜬 겁니다.” KT 르완다 현지 직원의 설명이다.

밀콜린스호텔은 르완다 내전 이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94년 르완다에선 후투족과 투치족의 갈등으로 100여일간 80만명 이상이 죽었다. 당시 지배인이던 폴 루세사바기나는 난민을 호텔로 피신시켜 학살로부터 구해냈다. 이 실화는 2004년 ‘호텔 르완다’란 영화로 만들어졌다.

비극이 일어난 지 20년. 르완다는 상처를 딛고 일어서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작년 10월 말 ICT를 활용한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TAS 행사를 주최한 것도 이 같은 정책의 일환이었다. 케냐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들도 참석했다.

3년내 국민 95%가 무선초고속 인터넷 사용

르완다 정부는 3년 내 르완다 국민 95%가 무선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6월 KT와 세운 합작사는 롱텀에볼루션(LTE)망을 구축해 25년간 르완다 민간 통신사들에 빌려줄 계획이다.

르완다 인터넷 보급률은 7%에 그친다. 유선망을 건너뛰고 LTE망 구축에 나선 것은 영토 규모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유선망을 구축하면 비용은 많이 드는데 이용 효율이 떨어진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르완다와 상황이 비슷하다. 아프리카 12개국 정상이 참여한 TAS 직후 KT는 케냐 정부와 LTE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우간다 말리 남수단 등 나머지 아프리카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TAS에 참석한 하마둔 뚜레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은 “세계가 르완다 LTE망 사업의 성공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ICT결합…모바일 교육 등 추진

아프리카엔 학교와 병원 등 사회 인프라 시설이 태부족하다. 브로드밴드 보급이 확산되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원격 교육, 헬스케어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TAS 행사장에 삼성전자가 마련한 부스엔 작은 교실이 꾸며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ICT를 활용한 원격교육 시스템을 소개했다. 부스를 찾은 르완다 소년 제임스 하비마나(9)는 태블릿에 영어로 ‘happiness(행복)’란 단어를 그려넣고 있었다. 제임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물었다.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학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르완다 정부는 ICT를 활용해 인프라를 개선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보건부는 보건의료 편의를 위해 헬스정보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

“ICT로 중진국 되자”

케냐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것이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동쪽으로 37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황무지 5000에이커(약 612만평)에 첨단기술도시를 건설 중이다. ‘콘자 ICT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다. 20년간 145억달러(약 15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모바일시장 성장과 국민들의 기업가 정신 등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케냐에서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가나 니제르 우간다 등도 농민에게 휴대폰으로 농산물 가격을 제공하는 등 ICT 산업을 키우고 있다. 메르시 란다 아프리카개발은행 통신부문 컨설턴트는 “돈이 없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투자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고용유발 효과는 큰 ICT 분야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키갈리·나이로비=전설리/남윤선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