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정 JP모간 한국 대표 "해외IB와 싸우려면 주특기 먼저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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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자! 자본시장 - 전문가 제언 (4)
국내 64개 증권사 난립해 비슷한 사업 '한계'
'인프라' 맥쿼리·'리서치' CLSA 처럼 특화해야
국내 64개 증권사 난립해 비슷한 사업 '한계'
'인프라' 맥쿼리·'리서치' CLSA 처럼 특화해야
“해외 진출과 특화만이 살길입니다. 해외 고객들이 ‘귀사는 어떤 쪽에 특화돼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맥쿼리는 다른 투자은행(IB)들이 하지 않던 인프라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고 그 결과 인프라 금융, 채권, 주식 등의 기회가 생겨났죠. 호주 증권사가 하는 걸 우리가 왜 못하겠습니까.”
임석정 JP모간 한국 대표는 국내 최장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사진)로 유명하다. 올해로 사장에 취임한 지 20년째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한국 증권시장의 수많은 부침을 경험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최근의 증권산업 침체를 미증유의 사태로 보고 있다. 증시 상황에 따른 일시적 둔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그가 한국경제신문의 ‘다시 뛰자 자본시장-전문가 제언’에 응한 것도 그만큼 업계가 절박한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임 대표는 5일 “국내 증권산업은 어려움이 지속돼 미국처럼 구조조정과 통폐합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살아남으려면 잘하는 것을 찾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국내 증시에서는 이미 특화를 통해 수익을 낼 만한 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64개 증권사가 난립하면서 주식 매매 중개, 트레이딩 등 비슷한 사업에 매달리는 형국이라는 게 임 대표의 지적이다. 일부 증권사가 상품개발이나 IB 부문 우위를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임 대표는 특히 IB 부문은 당분간 시장 상황이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시장의 회복 국면에도 불구하고 한국 IB 시장 규모는 45% 줄었다. 그는 “삼성,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의 투자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는 의미”라며 “2~3년간 투자에 따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한국 증권사들이 해외 비즈니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 인적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임 대표는 “금융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미 한국의 젊은 금융인들은 영어 구사 능력이나 상품 이해도 측면에서 글로벌 수준”이라며 “해외 시장 경험만 쌓는다면 해외 IB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서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IB들과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증권사는 은행처럼 대규모 지점망이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출 필요 없이 사람만 있으면 된다”며 “맥쿼리 같이 인프라에 특화하거나 크레디리요네(CLSA)처럼 주식중개와 리서치에 특화하는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국내 IB들은 해외 네트워크가 취약한 만큼 사모펀드(PEF)나 헤지펀드, 공모펀드 등 자산운용 분야를 해외 진출의 초석으로 삼아볼 만하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의 벅셔 해서웨이처럼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들은 대도시가 아니라 시골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네트워크가 약하거나 지방도시에 있어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진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사람 장사’인 만큼 수년 만에 흑자를 기대하지 말고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경험과 신용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정영효 기자 kgb@hankyung.com
임석정 JP모간 한국 대표는 국내 최장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사진)로 유명하다. 올해로 사장에 취임한 지 20년째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한국 증권시장의 수많은 부침을 경험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최근의 증권산업 침체를 미증유의 사태로 보고 있다. 증시 상황에 따른 일시적 둔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그가 한국경제신문의 ‘다시 뛰자 자본시장-전문가 제언’에 응한 것도 그만큼 업계가 절박한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임 대표는 5일 “국내 증권산업은 어려움이 지속돼 미국처럼 구조조정과 통폐합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살아남으려면 잘하는 것을 찾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국내 증시에서는 이미 특화를 통해 수익을 낼 만한 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64개 증권사가 난립하면서 주식 매매 중개, 트레이딩 등 비슷한 사업에 매달리는 형국이라는 게 임 대표의 지적이다. 일부 증권사가 상품개발이나 IB 부문 우위를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임 대표는 특히 IB 부문은 당분간 시장 상황이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시장의 회복 국면에도 불구하고 한국 IB 시장 규모는 45% 줄었다. 그는 “삼성,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의 투자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는 의미”라며 “2~3년간 투자에 따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한국 증권사들이 해외 비즈니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 인적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임 대표는 “금융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미 한국의 젊은 금융인들은 영어 구사 능력이나 상품 이해도 측면에서 글로벌 수준”이라며 “해외 시장 경험만 쌓는다면 해외 IB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서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IB들과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증권사는 은행처럼 대규모 지점망이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출 필요 없이 사람만 있으면 된다”며 “맥쿼리 같이 인프라에 특화하거나 크레디리요네(CLSA)처럼 주식중개와 리서치에 특화하는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국내 IB들은 해외 네트워크가 취약한 만큼 사모펀드(PEF)나 헤지펀드, 공모펀드 등 자산운용 분야를 해외 진출의 초석으로 삼아볼 만하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의 벅셔 해서웨이처럼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들은 대도시가 아니라 시골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네트워크가 약하거나 지방도시에 있어도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진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사람 장사’인 만큼 수년 만에 흑자를 기대하지 말고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경험과 신용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정영효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