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조정을 즐긴다…이들이 그렇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이후 코스피지수가 1900 밑까지 떨어지자 국내 주식형펀드 매니저들은 되레 분주해졌다. 특히 지난해 부진한 증시에서 11~21%의 고수익을 낸 ‘한국밸류10년투자’(455억원) ‘신영마라톤’(449억원) ‘KB밸류포커스’(350억원) ‘트러스톤제갈공명’(324억원) 4개 펀드로는 한 달 새 각각 3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를 운용 중인 4명의 매니저는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주식 쌀 때 매수해야”

스타펀드 매니저 4인방이 연초 펼쳐진 급락장에서 적극 주식을 사들이면서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은 최고 98%까지 높아졌다.

‘한국밸류10년투자’의 책임 매니저인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국내 주식이 전반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놓여있다”며 “지난해 말 90%이던 주식 비중이 96%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KB밸류포커스’를 운용 중인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상무도 “작년 말 실적 때문에 연초 증시를 보수적으로 전망해 현금 비중을 늘려놨다”며 “지금은 낙폭 과대인 경기민감 대형주를 적극적으로 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매수 중인 주식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와 은행, 건설, 정유, 유통주들이다. 이 부사장은 “대부분 주식이 과도한 조정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아졌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6~7배로 IT, 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주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신영마라톤’ 책임 매니저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올해 경기 회복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연초 일시적인 조정을 기회로 삼아 정유주 등 경기민감주를 저가 분할매수 중”이라고 말했다.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역시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해 큰 폭으로 조정받아 하방 리스크가 적고, 올해 해외수주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주를 선별 매수 중”이라고 했다.

◆유망 주식은 유틸리티, 모바일, 건설주

이들 매니저 4인방은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하락보다 반등 쪽에 무게를 두고 주식을 담고 있다. 다만 주가 상승폭은 과거 수준 대비 낮을 것으로 본다.

정 본부장은 “지금이 바닥권이나 과거처럼 경기회복에 힘입어 경기민감주 등 특정업종이 시장을 주도하며 상승하기는 어렵다”며 “과도하게 빠진 종목들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상승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 역시 “성장 둔화 쪽으로 투자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올해는 저 PER,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소외주 위주로 선별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부사장이 올해 눈여겨보는 주식은 요금인상에 따라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유틸리티주와 현재 40~50% 저평가 상태인 지주회사 주식이다.

최 상무는 “정유, 건설 등 단기간 급락한 경기민감주와 함께 올해 시장 확대로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모바일 관련주, 일부 유통주도 펀드 수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전무는 “삼성전자, 현대차를 대체할 종목이 나오기 전까지는 실적이 탄탄한 중소형주들이 관심받을 수 있다”며 “테이퍼링 이슈에 따라 원화약세 수혜주인 IT 등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