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67) 의료수가와 가격통제
지난 수년간 의료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갈등이 심하다. 갈등의 원인은 몇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요소 중에는 ‘의료수가’에 대한 의사들의 오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의료수가는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사나 약사에게 의료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지불하는 돈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논해 결정한다. 이렇게 의료수가가 정해진 진료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므로 ‘급여 진료’라고 한다. 급여 진료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의료서비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셈이다. 의료수가는 의료서비스 가격이 시장에서 형성됐을 수준(의료서비스 시장가격이라고 하자)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수가 결정에 시장상황이 반영되긴 하지만, 건강보험제도는 국민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므로 국민들이 평등하게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은 국민들이 세금처럼 낸 건강보험료를 모아 의료수가를 지불하므로 그 지출이 과도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기도 하다.

시장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질 때 형성된다. 따라서 의료수가가 의료서비스 시장가격보다 낮게 통제된다면 의료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측(수요)은 제공하려는 측(공급)보다 많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은 ‘당연지정제’를 통해 공급 부족 가능성 역시 어느 정도 차단하고 있다. 당연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을 진료할 의무가 있도록 한 제도다. 즉 의사가 의료기관에 찾아 온 건강보험가입자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격이나 공급량 결정 모두에 선택권이 적은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할 길은 불필요한 검사 및 시술을 더하는 과잉진료나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것이다.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점차 ‘포괄수가제’가 확대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각종 진료 및 검사에 대해 개별적으로 수가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대해 미리 정해진 총치료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포괄수가제가 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나 해당 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것 역시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포괄수가제와 행위별 수가제를 결합한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했다고 하니 마치 끝도 없이 쫓고 쫓기는 게임을 보는 느낌이다.

평등한 의료서비스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면 시장을 거스르는 데에 따르는 부작용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다만 그 부작용의 원인과 정도, 감소 방안에 대해 정부는 국민과 소통할 의무가 있다. 그런 소통이 이익집단들과 싸우는 정부에도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