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농협銀 체크카드 신규 발급 불가 '논란'…정부 "제재 취지 살려야" vs 은행 "고객 피해"
국민·농협은행이 KB국민·NH농협카드를 통해 영업 정지 기간에도 체크카드에 한해서는 신규 발급을 허용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한 것은 체크카드가 은행 이용자들의 필수품이어서다. 실제로 통장을 만들 때는 누구나 현금 입·출금, 결제 등을 위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다. 체크카드가 없다면 은행 이용 자체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체크카드는 ‘공익 목적’의 카드가 아닌 데다 다른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는 점 등을 들어 카드사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금융회사가 많지 않아 국민은행이나 농협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대도시 이외 지역 거주자의 불편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장 만들어도 체크카드 못 받아

국민은행이나 농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은 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은 ‘월급 통장’을 만들어 쓰기가 어려워진다. 오는 17일부터 3개월간은 국민·농협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어도 체크카드를 발급받지 못해 입·출금 때마다 통장을 들고 다녀야 한다.

인근에 국민은행이나 농협은행 점포밖에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회사라고는 지역 농협밖에 없는 읍·면 단위에 거주하는 경우 금융 거래는 더 힘들어진다.

입·출금만을 위해서라면 현금카드를 발급받아도 된다. 현금카드는 은행이 자체 발급하는 것이어서 이번 제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결제 기능이 없어 사용하는 사람이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이처럼 적잖은 불편이 예상됨에도 금융위는 체크카드 신규 발급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체크카드 발급을 허용하면 체크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을 더한 ‘하이브리드 카드’를 발급하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며 “필요하면 다른 은행에 가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신규 영업 정지’ 제재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공 목적 카드는 발급 가능

‘공익 목적’의 카드는 발급이 허용된다. 연금 수급을 위한 국민연금증카드가 대표적이다. 대학 신입생의 학생증 겸용 체크카드도 신규 발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익 목적이라도 다른 카드사에서 발급 가능한 카드는 3개 카드사에서 발급받을 수 없다. 아이사랑카드 등이 해당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학생증 겸용 체크카드처럼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 항목을 추려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회원의 카드 재발급과 포인트 적립, 할인 등 부가 혜택 이용은 가능하다. 현금서비스, 카드론도 기존 회원의 경우 부여받은 한도 내에서 쓸 수 있다. 다만 카드사의 여행서비스 등 부대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

이번 제재로 3개 카드사는 사실상 올해 영업이 ‘끝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3월은 계절적으로 신입사원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대목인데 이를 놓칠 수밖에 없게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3개월간 신규 영업을 못 하면 하반기에 ‘실적 드라이브’를 걸어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일규/장창민/임기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