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까지 쏟은 효자들…'메달밭' 지킨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치 올림픽 개막, 쇼트트랙 대표팀 입성
고지대서 독한 훈련…자존심 회복 각오
女대표들 "밴쿠버 '노골드' 수모 풀겠다"
고지대서 독한 훈련…자존심 회복 각오
女대표들 "밴쿠버 '노골드' 수모 풀겠다"
“태어나 처음으로 코피를 흘려봤다. 고지대 훈련에서 첫 1주일이 힘들었지만 마지막에는 몸 상태를 완벽하게 끌어올렸다.”(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이한빈·21·성남시청)
고지대 전지훈련으로 더욱 강해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결전지인 러시아 소치에 입성해 정상의 자리에 도전한다. 윤재명·최광복 코치가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달 22일(한국시간)부터 해발 1800m 고지인 프랑스 퐁로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개막식 하루 전인 6일 오전 아들레르공항을 통해 소치로 들어왔다.
대표팀은 소치에서 쇼트트랙 최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금메달 19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7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부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딴 메달 숫자다.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금메달 23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8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쇼트트랙은 한국 선수단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다. 금메달 19개는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양궁과 같다.
선수들은 고지대 훈련의 성과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밴쿠버에서 동메달 2개를 땄던 여자 대표팀의 박승희(22·화성시청)는 “고지대 훈련이 호흡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처음엔 힘들었지만 막바지에 컨디션이 많이 회복됐다”고 했다.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3관왕에 도전하는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도 “고지대에서 훈련을 잘 하고 왔다”며 “나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많은 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 밴쿠버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왕멍을 앞세운 중국에 밀려 ‘노 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특히 3000m 계주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하는 아픔을 이번에는 씻어낸다는 각오다. 당시 계주에 나섰던 박승희는 “그때보다 더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실수가 나올 테니 당시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던 대로 경기를 열심히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남자팀은 밴쿠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따내며 선전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남자 쇼트트랙은 2013~2014시즌 열린 네 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두 개에 그치며 부진했고,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고지대 훈련에서 마스크 2개를 쓰고 훈련했다는 신다운은 “더 강하게 나를 단련하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 100일 전까지만 해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는데 100일 동안 준비를 마쳤다. 전지훈련 기간 중 개인 최고기록도 깨고 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안현수와의 맞대결에 대한 질문에 신다운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안)현수 형에 비해 우리가 경험 면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한국대표팀이 근성에서는 앞선다고 본다”며 쉽게 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