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고개숙인 장세서 고개 든 스팩, '2세대 스팩'에 올라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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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토즈 등 합병기업 주가 강세
평가 차익에 수수·자문료 짭짤
2014년 10곳 이상 코스닥 입성 전망
평가 차익에 수수·자문료 짭짤
2014년 10곳 이상 코스닥 입성 전망
▶마켓인사이트 2월6일 오후 2시31분
직장인 A씨가 하나그린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주식을 사 모은 건 2011년부터였다. 투자원금이 보장되는 데다 탄탄한 회사와 합병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나그린스팩은 작년 10월 ‘애니팡’으로 잘 알려진 선데이토즈와 합병했고, 3000~5000원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1만500원까지 치솟았다. A씨의 투자금 4000여만원은 2~3년 만에 1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스팩이 부진한 증시의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병에 실패해 청산하더라도 ‘원금+이자’를 보장해주는 데다 작년 4분기 중 ‘결혼’에 골인한 3개 스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시세차익을 안겨준 덕분이다.
2010년 첫선을 보인 1세대 스팩이 작년 말 합병 또는 청산을 통해 마무리되자 증권사들마다 두 번째 작품을 내놓으며 ‘스팩 시장 잡기’에 나서고 있다.
○2세대 스팩 시대 열린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투자증권은 이달 중 KB스팩2호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발기인(최초 설립 때 자본금을 출자하는 창립멤버) 모집을 마친 KB스팩2호는 이르면 다음달 중 증시에 상장된다.
KB스팩2호가 상장되면 키움증권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에 이은 네 번째 ‘2세대 상장 스팩’이 된다. 키움과 우리스팩2호는 작년 말 상장됐고, 유진스팩1호는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하나대투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각각 다음달 중 2호 스팩의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낼 계획이다. 교보 한국투자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 LIG투자증권 등도 발기인 모집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연내 10개가 넘는 2세대 스팩이 등장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대투증권은 하나그린스팩을 선데이토즈와 합병시킨 덕분에 50억원(자본금 평가차익 약 40억원+수수료 8억원+자문료 3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며 “IB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 스팩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잘하면 대박, 못해도 본전
스팩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게 된 건 합병에 성공한 3개 스팩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게 영향을 미쳤다.
2010년 4000원에 공모한 선데이토즈(하나그린스팩)는 6일 930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DHP코리아(하이제1호스팩·4000원→7510원)와 알서포트(KB글로벌스타스팩·2500원→3335원)도 합병 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돌았다. 남강욱 얼라이언스캐피탈파트너즈(ACPC) 부사장은 “출범 초기 때는 스팩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증권사들이 비상장기업을 찾아다니며 ‘합병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비상장기업들이 찾아와 ‘합병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한다”며 “여러 후보 가운데 가장 탄탄한 기업과 합치다 보니 합병 후 주가 흐름이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팩은 합병에 실패해 청산하더라도 원금은 물론 은행 예금이자(연 2.5%) 정도를 주는 만큼 하락장에서 더욱 빛나는 투자상품”이라며 “올 들어 증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스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선 2세대 스팩은 1세대보다 더 좋은 투자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게임 소프트웨어 등 성장성은 높지만 당장 투자자금이 부족한 우량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은 이처럼 성장성 높은 중소 벤처기업과의 합병을 겨냥해 2세대 스팩은 1세대의 절반 수준인 50억~150억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1세대 스팩 때 좋은 성과를 낸 증권사가 내놓는 2세대 스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을 돕기 위해 만드는 특수목적회사. 공모과정을 거쳐 먼저 상장한 뒤 비상장기업과 합병한다. 지정감사를 받지 않는 만큼 비상장기업 입장에선 기업공개(IPO)에 비해 1년6개월~2년가량 빨리 상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심은지/오상헌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