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 조선시대 '작심삼일'
청마(靑馬)의 해, 갑오년이 한 달 남짓 지났다.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이즈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반성하고, 새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처럼 거창하게 세운 새해 계획을 한 해 동안 꾸준하게 실천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대부분 처음 며칠 동안은 계획대로 잘 실천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계획은 흐지부지되고 만다. 며칠도 못 가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다. 작심삼일로 끝난 다음에는 자신의 빈약한 의지력을 탓하면서 자괴감에 빠진다. 이것은 비단 오늘날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조선 성리학의 6대가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임성주란 분이 있었다. 이분이 무신년 정월 초하룻날에 지은 ‘자탄문(自歎文)’이란 글을 보면 새해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 대해 “얼굴이 붉어지면서 진땀이 흐른다”고 탄식하고 있다. 이분처럼 자기 관리에 철저한 대학자께서도 그랬는데 하물며 우리네와 같은 범부범부(凡夫凡婦)들이야….

오늘날 사람들은 예전 사람들처럼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의 덕성을 높이겠다느니, 자기 자신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하겠다느니 하는 등의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대부분 아주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가장 흔한 계획이 금연, 금주, 다이어트, 어학 공부 등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꾸준하게 실천하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네와 같은 범부범부들은 그저 담배를 끊겠다느니 다이어트를 하겠다느니 하는 등의 막연한 새해 목표만을 설정해 놓아서는 그 계획을 이루기 어렵다. 새해 계획을 잘 실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상세하게 강구해 둬야 한다. 그렇게 해놓고 늘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어느 정도 성공할 가망이 있다.

갑오년 새해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새해 계획을 처음에 세운 대로 잘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벌써 작심삼일로 그치고 만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어 새해 첫날에 세웠던 계획을 끝까지 잘 실천해 ‘해마다 새로워지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정선용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