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로 토종닭을 제때 출하하지 못한 축산 농민이 이를 비관해 음독자살했다.

6일 전북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전북 김제시에서 토종닭 3만5000여마리를 사육하는 봉모씨(53)가 이날 오전 5시께 제초제를 먹고 쓰러져 이웃 주민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봉씨의 형은 “동생이 AI 방역 때문에 토종닭을 제때 출하하지 못해 처지를 비관하는 말을 했다”며 “정부가 설 연휴 재래시장에서 생닭 거래까지 중지시켜 오랫동안 닭을 내다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AI 진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농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금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농민들은 이동제한지역 가축에 한해 정부 수매를 요구하고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재정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상금 조기 지원 등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영흥도의 큰기러기 폐사체에서도 고병원성 H5N8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경기 남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있지만 인천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 화성의 종계 농가에서 AI 감염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농식품부의 현지 확인 결과 산란율 저하, 일부 개체 폐사 등 감염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AI 대책본부 회의에서 “철새가 북상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지속적으로 차단 방역에 힘쓰라”고 지시했다.

세종=고은이/김제=최성국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