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부 업무 보고] DMZ평화공원 연내 착수 발표한 날…北 '강경카드'로 南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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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군사연습' 빌미 상봉 무산 명분 쌓나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위한 실천계획 발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위한 실천계획 발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보고를 마친 뒤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북한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이뤄질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20~25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재고하겠다고 위협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통일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때도 일방적으로 군사당국 간 통신선을 끊으며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정 운영의 중심을 남북관계 개선에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연초 신년연설에서 강조한 ‘통일은 대박’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시작 단계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일·외교부 업무 보고] DMZ평화공원 연내 착수 발표한 날…北 '강경카드'로 南 압박](https://img.hankyung.com/photo/201402/AA.8337271.1.jpg)
○포스트 5·24 시대 준비
이날 외교부·통일부·국방부·보훈처 등 4개 부처가 합동으로 한 업무보고에는 북한의 농축산 분야 지원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담겼다. 4개 부처가 합동으로 같은 주제에 대해 보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으로 남북관계를 점진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통일·외교부 업무 보고] DMZ평화공원 연내 착수 발표한 날…北 '강경카드'로 南 압박](https://img.hankyung.com/photo/201402/AA.8338178.1.jpg)
통일부는 비무장지대(DMZ) 세계 평화공원 사업을 연내 착수할 것을 북한에 제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30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후보지로 강원 고성군과 철원군,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약속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북한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지원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의 농림·축산 분야 개발 지원이다. 종자와 농기구를 비롯한 온실·농축산 자재 지원을 시작으로 공동 영농 시범사업으로 단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미국, 중국과 대북 전략공조 체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국제적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고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번 업무보고에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정부가 내놨던 대북 ‘5·24 제재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가 ‘포스트 5·24 시대’를 대비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튼 상황에서 정부가 5·24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산가족 마음에 못 박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다음날인 이날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비방·중상 중지를 요구하며 상봉 합의를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상봉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정당한 군사훈련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억지이며 이산가족 마음에 못을 박는 처사”라며 “상봉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국방위 성명으로 강하게 나온 것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고 남측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비료, 식량 등을 지원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군사훈련을 빌미로 북한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고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 속에 북한은 이날 오후 4시 북측 이산가족 명단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 우리 측 실무점검단도 예정대로 7일 오전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금강산을 찾을 예정이다. 점검단은 대한적십자사와 현대아산 및 협력사 관계자 66명으로, 차량 27대로 방북한다.
전예진/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