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닐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3일 고객정보보호본부 신설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계기로 보안을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도 조만간 고객정보보호협의회를 만들 예정이다.

‘개인정보를 잘 관리하겠다’고 나선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강하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쏟아지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판박이 대책’을 내놓았다는 의심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아마 올 상반기까지는 은행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어떤 대책을 만들었는지를 경쟁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에도 앞다퉈 소비자보호 부서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보호본부를 만들었고, 11월에는 국민은행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 카드사태를 볼 때 이들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보호도 결국은 ‘소비자 보호’라는 큰 테두리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난받는 단골 소재인 ‘전시 행정’을 시중은행들이 따라 하고 있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사실 은행들의 ‘보여주기식 대응’은 다른 분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3월 은행장을 위원장으로 창조금융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보증기관 등의 특별출연을 통해 창업 초기 기업, 연구개발 기업을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을 내놓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창조금융추진위원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은행장이 바뀌면서 위원회를 맡았던 임원을 포함한 적잖은 관계자들이 회사를 떠났고, 자연히 활동도 유야무야되고 만 것이다.

물론 은행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규제의 칼을 쥐고 있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의 압박을 핑계로 눈치보기식 면피대책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은행들이 진짜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초유의 카드사태를 거치며 금융사의 이중성을 간파하게 된 고객들이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