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말실수로 6일 전격 해임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열린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는 모습. 연합뉴스
잇따른 말실수로 6일 전격 해임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열린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는 모습. 연합뉴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해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오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의 해임 건의에 대해 “결정적 흠결이 아닌 이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입장이 돌변했다. 정 총리는 “해임 건의를 깊이 고민 중”이라고 했고, 여기에는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해임건의 받고 그 자리서 경질

청와대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이 끝난 뒤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윤 장관을 불러 몇 마디 얘기를 나눈 후 곧바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해임을 건의했다. 윤 장관도 이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의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해임 조치를 지시했고, 이 사실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오후 7시에 발표했다. 총리의 해임 건의 발언에서부터 해임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2시간2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기까지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장관에 대해선 지난해 초 임명할 때부터 박 대통령이 ‘모래 속에서 찾은 진주’라고 언급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며 “지난해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을 때도 ‘잘하고 있다’며 격려하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당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실수를 언급하며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런 일이 재발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옐로카드’를 던진 이후 비슷한 일이 터졌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여야 의원들의 경질 요구가 이어지고, 여론도 점차 악화된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윤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되는 과정에 무기력하게 대응한 것 등도 해임의 이유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후속 개각으로 이어질까

윤 장관의 해임은 새 정부 들어 사실상 첫 경질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개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회견에서 개각을 부인하면서도 ‘요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현 내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터진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에 대한 ‘원포인트 개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날 개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현 부총리의 해임 건의에 대해 “부총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지금 경제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 만큼 그런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새해 들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주문하는 등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고 집권 2년차를 맞아 하나둘씩 성과가 나와야 하는 시기인 만큼 내각 교체로 판을 뒤흔들 상황이 아니다”며 “당분간 후속 개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