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가짜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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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히틀러와 똑같이 생겨서 많은 일화를 남겼다. 히틀러와 나치즘을 조롱한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유대인 이발사와 독재자 역할을 동시에 맡아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히틀러와 얼굴, 체격, 걸음걸이까지 비슷했다. 나이도 동갑이고 생일은 히틀러보다 4일 빨랐다. 그가 어느 지방에서 열린 ‘찰리 채플린 흉내내기 대회’에 재미삼아 출전했다가 3등밖에 못했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채플린이 두 명이나 있었다니 그도 기가 막혔을 것이다.
가짜 아인슈타인의 강연 또한 재미있는 일화다. 수십 번에 걸쳐 똑같은 내용을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에 지친 그가 닮은꼴인 운전사를 강단에 올려보냈는데, 어려운 질문이 나오자 “그 정도 질문은 제 운전기사가 답해드리죠”라며 위기를 벗어났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곳곳에서 가짜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1913년 대영박물관이 원숭이와 현대인의 중간단계인 500만년 전 두개골이 발견됐다고 호들갑을 떨었다가 600년 전 인간 뼛조각으로 밝혀져 머쓱한 일이 있었다. 2000년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터졌다. 도호쿠 구석기문화연구소 조사단이 발견했다던 ‘70만년 전과 60만년 전 석기’가 몰래 파묻은 가짜로 판명난 것이다. 진화론을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가짜 화석 논란도 잊을 만하면 나온다.
한때 외제병 환자들의 허영심을 겨냥한 가짜 화장품과 가짜 명품이 난무했고, 수재민을 돕겠다며 모금활동을 한 가짜 학생이 그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가 쇠고랑을 차는 일도 있었다.
컴퓨터를 잘못 만지면 금방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고 의심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가 돈을 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제작된 백신 프로그램의 절반 가까이가 엉터리였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성능 시험 결과도 있었다. 악성코드를 잡아내기는커녕 감염 위험을 높이기도 했다. 논문 대필에 연구비 횡령, 가짜 학위는 또 얼마나 많은지. 엊그제는 ‘가짜 베토벤’ 사건으로 일본이 시끄러웠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고 가짜는 더 많은 가짜를 낳는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회통념조차 가짜일 수 있다. 영국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도 ‘가짜 논리’라는 책에서 “타당한 상식의 사례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거짓의 사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늘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가짜에 속아 문제의 근본과 핵심을 놓치는 것도 자신의 관점에서만 현상을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가짜 아인슈타인의 강연 또한 재미있는 일화다. 수십 번에 걸쳐 똑같은 내용을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에 지친 그가 닮은꼴인 운전사를 강단에 올려보냈는데, 어려운 질문이 나오자 “그 정도 질문은 제 운전기사가 답해드리죠”라며 위기를 벗어났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곳곳에서 가짜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1913년 대영박물관이 원숭이와 현대인의 중간단계인 500만년 전 두개골이 발견됐다고 호들갑을 떨었다가 600년 전 인간 뼛조각으로 밝혀져 머쓱한 일이 있었다. 2000년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터졌다. 도호쿠 구석기문화연구소 조사단이 발견했다던 ‘70만년 전과 60만년 전 석기’가 몰래 파묻은 가짜로 판명난 것이다. 진화론을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가짜 화석 논란도 잊을 만하면 나온다.
한때 외제병 환자들의 허영심을 겨냥한 가짜 화장품과 가짜 명품이 난무했고, 수재민을 돕겠다며 모금활동을 한 가짜 학생이 그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가 쇠고랑을 차는 일도 있었다.
컴퓨터를 잘못 만지면 금방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고 의심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가 돈을 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제작된 백신 프로그램의 절반 가까이가 엉터리였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성능 시험 결과도 있었다. 악성코드를 잡아내기는커녕 감염 위험을 높이기도 했다. 논문 대필에 연구비 횡령, 가짜 학위는 또 얼마나 많은지. 엊그제는 ‘가짜 베토벤’ 사건으로 일본이 시끄러웠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고 가짜는 더 많은 가짜를 낳는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회통념조차 가짜일 수 있다. 영국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도 ‘가짜 논리’라는 책에서 “타당한 상식의 사례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거짓의 사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늘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가짜에 속아 문제의 근본과 핵심을 놓치는 것도 자신의 관점에서만 현상을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