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 있는 육의전 박물관에서 만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박물관 한쪽 벽면에 전시된 2.5m 높이의 퇴적층 앞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퇴적층에는 조선 초기부터 대한제국 시대까지 시대에 따른 경계선이 표시돼 있고 경계선을 따라 각 시대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이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돼 있다. 2012년 8월 문을 연 육의전 박물관은 도심 재개발과 문화재 복원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육의전 박물관에는 빌딩 건설 현장에서 발굴한 15세기와 16세기 시전행랑(육의전 상인이 거주하던 집과 창고)과 피맛골의 유구가 그대로 복원돼 있다. 보존 처리를 한 유구 위에 283㎡(약 86평) 규모의 유리막을 씌워 관람객들이 걸어다니며 발밑의 유적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보존된 유구 옆에는 실제 발굴에 사용된 삽과 호미, 보존액, 발굴계획서 등을 함께 전시해 발굴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볼 수 있게 했다. 황 소장은 2008년부터 육의전 박물관 건립에 뛰어들었다.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원형 그대로의 시전행랑터가 발굴돼 건축 사업이 좌절될 위기에 처한 건축주가 황 소장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황 소장은 “육의전 박물관이 건물 지하에 전시관을 만들어 유구를 복원한 이후 서울시청에 있는 군기시 유적전시관 등 여러 건설 현장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