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기술고문을 맡은 빌 게이츠(58)가 마이크로소프트 회생에 얼마나 기여할까? 뉴요커가 최근 빌 게이츠를 희화화한 글을 쓰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세상이 달라졌는데 게이츠한테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과 통찰력 있는 창업자인 만큼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뉴요커는 지난 5일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 첫날 윈도7 PC에 윈도8.1 운영체제(OS)를 까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썼다.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제대로 깔리지 않자 신임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47)를 불렀는데 나델라 역시 까는 데 실패했고 두 사람이 문을 닫고 한참 동안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 글은 풍자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6년 동안 빌&멜린더게이츠재단의 자선사업에 전념했던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론을 부추겼다. 뉴욕타임스는 ‘게이츠가 6년 동안 생각한 것은 저개발국 화장실 개선과 백신 보급이었다’며 ‘다른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돌아왔다’고 썼다.

영국 모바일 컨설턴트이자 ‘PC의 사망’이란 책을 쓴 매트 백스터-레이놀스는 지디넷 기고문에서 최근 6년 사이 컴퓨터 사용 방식이 혁명적으로 달라졌고 컴퓨팅 산업이 ‘기업용’ 차원을 넘어섰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용’을 뛰어넘는 것을 지향한다면 ‘게이츠+나델라 결합’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는 게이츠가 현업에서 손을 뗀 최근 6년 사이 ‘포스트 PC 시대’로 넘어가고 있어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야후 창업자인 제리 양이 환경이 달라진 뒤 회사에 복귀했다가 실패한 사실을 거론했고, 워싱턴포스트는 게이츠가 PC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이라며 준비가 덜 돼 있을 것이라고 썼다.

반론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엔컴퓨팅 창업자인 송영길 사장은 창업자 관점에서 게이츠를 보면 달라진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송 사장은 ‘창업자한테는 회사가 자식이다. 전화 한 통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게 부모이고, 회사에서는 창업자가 부모다. 새 경영자가 창업자의 고언을 잘 듣고 협력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썼다.

게이츠는 이사회 의장 때 전체 시간의 20%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쏟았다면 기술고문으로는 33%를 쓰겠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기술고문이 된 것은 나델라 CEO가 요청했기 때문이다. ‘PC 시대’에 ‘윈도 왕국’을 이끌었던 창업자를 나델라가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