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는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은행들이 내달 ‘빅매치’를 벌인다. 100년간 서울시 금고를 맡아온 우리은행이 ‘수성(守城)’을 선언한 가운데 국민 신한 하나 농협 기업 등 다른 주요 은행들이 경쟁입찰에 뛰어들 태세다. 서울시가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경쟁입찰 방침을 강조하고 있어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공개입찰 경쟁 ‘스타트’

서울시는 7일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기금 등을 관리할 금고은행을 선정하기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현재 시금고를 맡고 있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국민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과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총출동했다. 서울시는 내달 7~11일 중 제안서를 받아 이르면 4월께 시금고 은행을 결정할 방침이다. 신용도와 재무구조, 대출·예금 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서울시 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시 예산은 물론 기금 등을 관리하고 각종 세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을 총괄하게 된다. 유가증권의 출납·보관, 유휴자금의 보관·관리 등도 맡는다. 서울시의 올해 총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은 24조4133억원이며, 기금은 1조9322억원으로 연간 관리하는 돈만 26조원이 넘는다.

◆‘서울시 금고지기’ 100년 만에 바뀔까

이번 입찰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시금고 은행이 되면 국내 최대 기관 고객 중 하나인 서울시 자금을 관리하는 동시에 시 공무원 등 우량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 금고지기’라는 상징성도 은행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최대 관심사는 1915년 경성부금고를 시작으로 100년간 서울시 금고를 맡아온 우리은행의 수성 여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1500억원의 출연금을 냈고 사고 없이 서울시 자금을 관리해 온 노하우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가 그동안 사용해온 전산시스템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유리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다.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 민영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입찰을 시금고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로 보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따져 투명하게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파격적인 금리 조건이나 대규모 출연금 약속 등의 ‘히든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