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부부의 결혼10주년 여행지


영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빅토리아 시
인도양을 향하던 비행기가 갸웃하며 하강을 시작하면 점점이 박힌 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이셀이다. 작은 섬나라지만 북미와 유럽의 부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휴양지가 되면서 세이셀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단지 바다가 아름답고 주변 풍광이 뛰어나다고 해서 휴양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섬 주변에는 멋진 산을 배경으로 유명 해변이 산재해 있고, 남쪽 지역에는 때묻지 않은 비취빛 바다를 끼고 있는 해변이 자리잡고 있다. 해변은 차분하고 고즈넉하다. 영혼의 상처까지 보듬어 줄 만큼 넉넉하다.

세이셀의 유명화가인 마이클 애덤스의 작품을 살 수 있는 면세점을 찾아가는 길은 한적하다. 면세점을 찾아가기 전에 보이는 것은 셀원마켓으로 불리는 재래시장. 인도양에서 방금 잡은 생선과 열대 과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파는 손길도 찾는 손님도 그저 느긋하다. 물건을 팔기보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파리를 쫓는 것이 더 급한 듯 생선가게 주인은 연신 팔을 휘젖는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번잡한 거리는 레볼루션 애비뉴와 퀸시 스트리트다. 소도시 같지 않게 다양한 갤러리와 상점이 있지만 실상 물건의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세이셀의 문화적 세례를 듬뿍 받은 토착 예술품과 공예품. 세이셀은 서로 다른 인종과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서 문화를 이룬 곳이다. 다민족 문화에는 아프리카 전통이 깊이 배어있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유럽식의 퓨전문화가 조화를 이루게 됐다. 길을 걸어가다 보이는 건물에도 아프리칸 유럽풍의 문화 혼합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이셀 최고 해변 앙세스 데종

세이셀 최고의 해변은 누가 뭐래도 라디그섬에 있는 앙세스 데종이다. 해변 벤치에 누워 있는 사람은 햇살 아래 선텐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변 안쪽의 산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다. 기묘한 모습의 바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태곳적 거인들의 놀이터가 아니었을까 하는 착각까지 불러 일으킨다.


프랄린섬은 전체 길이가 12㎞에 불과해 차로 1시간가량이면 넉넉하게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바다의 색감이나 자연의 풍광은 세이셀 어떤 섬보다 뛰어나다. 프랄린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꼽으라면 섬 사람들은 주저없이 앙세 라지오 해변을 가리킨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고 바닷속을 지나가는 물고기가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세이셀에 있는 크고 작은 화강암 섬 중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해변을 자랑하는 곳은 프랄린섬에서 배로 10분 정도 떨어진 라디그섬. 그중 앙스 수스 다정은 세이셀에서 해변의 풍경이 가장 변화무쌍한 곳이다. 라디그섬에는 주요 교통 수단이 자전거나 우마차다. 자전거로 둘러보면 2시간 정도의 이 앙증맞은 섬은 자전거 여행의 최적지다.

세이셀은 영연방의 작은 나라지만 한국과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2008년 당시 정동창 주한세이셀 명예총영사가 국민의 건강과 단합 및 해외 관광객 유치, 국가 브랜드 이미지 고양을 목적으로 세이셀 정부에 제안해 탄생한 세이셀 에코마라톤 대회는 벌써 7회째를 맞고 있다. 제1회 대회 때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 나이지리아 등 13개국 330여명이 뛰었던 작은 대회가 해를 거듭하면서 참가자가 늘어 오는 23일 세이셀 마헤섬 보발롱 해변에서 치러지는 7회 대회에는 1700여명이 참가신청서를 냈다.
마라톤 대회 당일인 23일에는 빅토리아시에 있는 버자야 리조트에서 한-세이셀 문화교류 황실복식 패션쇼와 갈라디너가 열린다. 한국의 복식문화와 문화예술을 알리고 다양한 한국 음식도 소개하는 자리다.
아프리카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이셀에 대한 투자와 시장개척을 위한 비즈니스 포럼도 열린다. 세이셀은 인구 9만에 불과한 소국(小國)이지만 유럽의 부호들이 즐겨찾는 휴양지여서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는 24~26일 열리는 포럼에는 한국의 에너지 및 환경 수산, 관광산업 관련 기업과 기관이 참가할 예정. 세이셀 정부는 물론 에너지청, 투자청, 수산청과 관광청에서 참가해 프레젠테이션과 1 대 1 비즈니스 상담도 진행한다.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