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세금정책 통해 미래 준비해야
박종수 <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북유럽식 모델이다. 젊은 세대의 높은 세금부담을 바탕으로 노인복지를 시행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젊었을 때부터 많은 세금을 내왔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조세저항은 적다.
두 번째 미국-호주식 모델은 국가가 직접적인 복지혜택 대신 국민에게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통해 연금 등 노후대비 자산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미국 기업연금인 401(k) 및 호주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이 여기 해당한다.
우리처럼 유례없이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에서 북유럽식 모델은 사회적 합의가 어렵고 지속가능성도 떨어진다. 미국-호주식 방식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이 같은 국가지원-자기주도형 노후대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
첫째, 미래를 보는 세금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연금 관련 정책은 지나치게 현재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축액에 소득공제를 해주던 연금 정책은 올해부터 세액공제로 바뀌었다. 노후대비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소득공제장기펀드의 경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게만 혜택을 준다. 연금저축액 증가를 유도할 세제지원을 줄이면 현재의 국가재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향후 노인복지를 위한 재정부담은 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연금저축액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는 퇴직연금의 디폴트옵션이 확정금리상품으로 설정돼 있는데 이를 투자상품으로 전환, 저금리 저성장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또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 규모의 경제와 경쟁을 통해 근로자의 퇴직자산을 불려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하면 떠오르는 우울한 탑골공원의 이미지를 게이트볼을 즐기는 여유로운 노인들의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늦지 않았다. 당장 효율적인 세금 정책과 연금 정책을 시작한다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족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온 우리 국민에게 은퇴 후 행복한 노인의 나라를 선사할 수 있다.
박종수 <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