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손 안의 도서관'…전자책 시장 판 커진다
#1. 직장인 이지연 씨(32)는 주말이면 아이패드에 받아 놓은 세계 고전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다. 이씨는 “지금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있다”며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쳐가며 보는데 이 구절들을 페이스북에 올려 지인들과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2. 대학생 박원상 씨(28)는 등하굣길에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꺼내든다. 박씨는 “e잉크를 지원하는 전용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받아둔 책들을 읽으면 눈이 부시지 않아 진짜 종이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며 “여러 권을 한 기기에 담을 수 있고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목표로 ‘책읽기’를 정했다면 전자책으로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종이책보다 가볍지만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종이책과 닮은 e잉크, 소셜 기능을 넣은 앱북 등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지난해 10만부 넘게 팔린 전자책이 등장하며 장르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물밑에서 꾸준히 성장 중인 전자책 시장을 살펴봤다.

다양해지는 장르…단권 10만부 돌파

지난해 전자책 시장에는 누적 판매부수가 10만부를 넘어서는 유료 전자책이 나오며 ‘전자책 10만부 시대’를 열었다. 북잼에서 출시한 ‘닥치고 정치’가 2012년 4만부가량 팔린 데 이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열린책들 세계문학’ ‘열혈강호’ ‘식객’ 등의 앱북이 10만부 넘게 팔린 것. 퍼블스튜디오의 ‘옆집 아이’도 5만부 넘게 팔렸다.

남지원 북큐브네트웍스 총괄이사는 “영화는 콘텐츠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대작’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인 데 비해 책은 갑자기 매출이 껑충 뛰기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그간 기업들이 전자책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이 성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권 10만부를 돌파하는 ‘베스트셀러’의 등장과 함께 분야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로맨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등 일부 영역에만 전자책이 편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취향에 맞춰 골라 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전자책 국제표준 포맷인 이펍(ePub) 전자책 분야를 살펴보면 2012년 70~80%가 장르문학이었던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인문·사회 분야 전자책 가운데서도 2000~1만부 팔리는 인기 콘텐츠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체 전자책 콘텐츠는 20만종 이상 증가했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종이책·전자책 출판사의 꾸준한 영역 확대 시도와 저자들의 전자책 자가출판 등 사업을 넓히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콘텐츠 쏠림이나 부족 문제가 서서히 해소되고 있어 올해는 독자들이 예전의 전자책 시장과 다른 모습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늘고 웹소설 인기

전자책을 즐길 수 있는 단말기도 늘어나 원하는 기기로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컬러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원’을 내놨으며 인터파크도 지난해 ‘비스킷 탭’을 선보였다. 교보문고는 아이리버와 함께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e잉크 전자책 단말기 ‘샘’을 지난해 출시했다.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사업팀의 이은호 씨는 “지난해 다양한 신규 단말기가 나오면서 판매가 많이 늘었고 정액제와 같이 콘텐츠 가격 부담을 던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각광받은 것 같다”며 “올해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이펍 3.0’의 저작도구나 뷰어가 많이 확산될 전망이어서 기존 전자책에서 담지 못했던 동영상이나 오디오 등을 다양하게 열람할 수 있는 전자책이 등장해 질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소설도 모바일 독서 인구 증가에 기여했다. 전자책이 부담스럽다면 연재 방식의 인터넷 소설로 모바일 책읽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해 74개의 작품을 연재 중이거나 연재를 완결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은 지난해 12월 기준 9000여명의 작가가 1만5000건의 작품을 등록한 상태다. 이 중 일부 작품은 출판을 앞두고 있어 인터넷 연재에서 전자책이나 종이책 출판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었다.

대기업도 도전장…커지는 전자책 시장

전자책 시장에 대기업도 속속 뛰어들며 판을 키우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기존 광랜 인터넷 서비스에 음원 서비스 엠넷과 전자책 서비스 예스24 등의 스마트 콘텐츠를 결합한 ‘컬처인터넷’ 서비스를 내놨다.

전자책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협회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지난해 1월에는 대전전자출판협회(DEPA), 2월 한국전자출판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국내 전자책 시장의 다변화·다양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장 사무국장은 “지난해는 양적·질적 성장이 함께 이뤄진 한 해였다”며 “산업 측면에서도 꾸준한 노력이 이어짐에 따라 전자책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