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확대가 민간경제 활력을 키운다’는 승수효과는 케인스 경제학의 핵심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재정의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시안’을 중용했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효과적이었는지는 논쟁이 여전하다. 한국의 경우 늘어난 정부지출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금융위기 이후 검증대 오른 케인스 경제학 "정부 지출 늘렸더니 민간활력 떨어져"
김경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과장과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11일부터 이틀간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201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성장시대, 재정지출 확대가 과연 경제성장을 촉진하는가’라는 이번 논문은 1970~2011년까지 실질GDP(국내총생산)를 구성하는 정부, 민간지출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논문은 한국 경제가 복지확대, 경제활성화, 재정건전성 유지 모두를 해결해야 하는 ‘재정 트릴레마’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지출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투자와 민간투자의 상관도는 금융위기 이전 0.52로 꽤 높았지만, 그 이후엔 -0.55로 ‘음의 관계’를 나타냈다. 정부투자가 오히려 민간투자를 내쫓는 ‘구축효과’로 나타났다는 것. 정부소비와 민간소비 상관도 역시 금융위기 이후 -0.19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갔다. 정부소비가 ‘민간소비의 마중물’이 되는 데 실패한 셈이다. 정부소비와 민간소비는 보완관계가 아닌 대체관계에 가까웠던 까닭이다.

크게 보면 ‘민간의 힘’이 성장률에 더 기여했다. 민간소비와 GDP의 상관관계는 0.87에서 금융위기 이후 0.88로 더 높아졌다. 반면 정부소비·투자는 위기를 거치며 GDP와 음의 관계를 나타냈다.

학계가 케인스의 승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는 여러 가지다. 정부지출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민간투자를 내쫓는다는 점,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면서 국가신용도가 하락해 기업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진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논문은 ‘큰 정부’가 주도하는 재정지출보다는 민간지출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세와 재정지원을 통해 민간이 알아서 돈을 쓰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증세 정책은 경제성장에 역효과를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부문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