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무역 2조달러 로드맵
정초부터 회의와 토론이 잦다. 해가 바뀌면 으레 그런 법이지만 올해는 유독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 같다. 현안의 한 중심에는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020년 무역 2조달러 달성’이 있다. 밑그림을 그리고 추진사업을 검토하느라 논의가 무성하다.

나침반 없는 항해가 어디 있을까. 무역 2조달러 로드맵은 달성 여부 못지않게 향후 방향성을 점검하고 새로운 과제를 도출해 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성장은 내수, 투자, 수출의 삼각 축으로 이뤄지는데 지금처럼 내수와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이 받쳐주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이때, 수출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다시 가라앉을 수 있어 보다 정치(精緻)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무역 2조달러 로드맵의 큰 그림은 이렇다. 산술적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수출 9%, 수입 10%가 늘어나야 가능하다. 2011~2013년 수출 증가율이 0.4%였던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높은 목표인지 알 수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수출기업 수 및 수출액의 양적 확대가 급선무다. 먼저 수출 중소중견기업 수를 현재 8만7000개에서 10만개로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매년 2000개 정도의 신규 수출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중견기업의 평균 수출액을 현재 200만달러에서 400만달러로 확대해야 하는데, 연간 수출액이 50만달러가 안 되는 업체가 75%인 점을 고려하면 까마득한 수치다.

무역 2조달러 고지는 아무나 오를 수 없다. 지금까지 이를 달성한 국가는 미국독일중국뿐이고, 미국과 중국만 무역 3조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은 2004년 1조달러 달성 이후 아직까지 2조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선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우리에게 맞는 달성 전략을 수립, 추진하는 일에 총매진해야 할 때다.

지금 추세라면 무역 2조달러 달성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돌아보면 한국 무역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77년 수출 100억달러 달성도 당시엔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정부 관리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기업들을 만나 지원책을 강구하고, 기업과 근로자들이 합심해 뛰었기에 가능했다. 무역 2조달러는 고용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지름길이다. 온 국민이 저력을 되살려 한 목표로 공명(共鳴)한다면 능히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오영호 < KOTRA 사장 youngho5@kotr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