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의 첫 모습은 충격적이다. 팔딱거리는 심장과 껌벅거리는 두 눈의 얼굴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기계슈트로 대체돼 있다. 폭발사고로 신체 대부분을 훼손당한 경찰 알렉스 머피는 첨단기술 덕분에 반(半)로봇으로 재탄생했다. 로보캅 머피는 놀라운 능력으로 범죄자들을 소탕한다. 하지만 머피가 인간의 감정을 회복하면서 자신을 만든 제조사 옴니코프와 깊은 갈등을 겪게 된다.

13일 개봉하는 ‘로보캅’(호세 파딜라 감독)은 1987년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5300만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원작이 아날로그적인 클래식이었다면, 리메이크작은 디지털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다. 로봇 경찰의 비주얼과 논점이 대단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27년 동안 발전한 영화 테크놀로지와 콘셉추얼 디자인이 극의 시대적 흐름에 잘 맞아떨어졌다.

영화는 첨단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회 부패는 깊어지고, 인간의 존엄성은 말살된다는 주제를 잘 부각시킨다. 정의로운 경찰 머피를 둘러싼 적들이 그렇다. 범죄집단과 배드캅(뇌물 경찰), 심지어 경찰국장까지 그의 적이다.

하지만 궁극의 적은 그를 창조한 옴니코프사의 최고경영자(CEO) 레이먼드와 천재적인 박사 데넷이다. 그들은 부와 명예, 기업의 성공을 위해 한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파괴하고 머피의 존재를 기계화한다. “로봇이 자신을 로봇이라고 여기는 것은 불법”이라는 대사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압축한다.

욕망이 개입하는 한 균형 잡힌 판단은 없다는 사실은 극중 방송인 팻노박이 잘 보여준다. ‘방송권력’ 팻노박은 로봇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로봇의 좋은 점은 부풀리고 문제점엔 눈을 감는다. 영화는 돈을 벌기 위해 인간 존엄을 짓밟는 기업도 강력히 비판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