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무산 위기에 몰린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사업이 실낱같은 회생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들어서는 파이시티는 총 사업비가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정권실세 로비 의혹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10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등 대주단과 STS개발 등 파이시티 사업 관계자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모여 사업의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법원은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산에 들어갈 방침이어서 대주단이 STS개발과의 마지막 M&A 협상에 임할지 주목된다.
대주단의 주장에 따르면 그동안 M&A가 난항을 겪은 이유는 STS개발의 자금 마련 실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주단의 매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주단은 지난해 8월 본계약 이후 당초 매각대금(4012억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며 매각을 지연시킨 데 이어 처음보다 늘어난 4672억원에 구두 매각 합의를 했지만 끝내 금액을 확정하지 않고 공매를 추진하는 등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언제라도 조건을 바꾸거나 M&A를 철회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무산된 이후 당장 다른 사업자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주단이 매각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M&A가 이뤄지거나 사업이 파산해 펀드 손해금액이 확정되면 진행 중인 투자자들과의 각종 손해배상 소송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대주단은 2007년 일반 투자자 4000여명으로부터 3900억원을 끌어모아 파이시티에 투자했다. 현재 펀드는 원금의 70% 가까이 손해를 본 상태다. M&A 참여를 검토했던 한 시행사 대표는 “대주단이 시간을 끌면서 파이시티 펀드 투자자들이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