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국민·농협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중앙티앤씨를 중심으로 지분이 얽힌 KT ENS 협력업체들의 조직적 사기에 속수무책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KT ENS 직원 김모씨(51·구속)가 위조한 가짜 서류만 믿고 휴대폰 유통경로 등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한 회사인 협력업체들의 사기에 6년 동안 속아왔다는 점에서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 6곳 ‘사실상 한 회사’

'6년 사기' KT협력사 6곳 사실상 한 회사
하나·국민·농협은행 등이 수천억원을 대출한 특수목적법인(SPC)에는 모두 6곳의 협력업체가 관여돼 있다. 6개 회사 가운데 중앙티앤씨가 사실상 나머지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엔에스(NS)쏘울, 엔에스(NS)쏘울F&S, SMS는 모두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전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이 회사들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중앙티앤씨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도피한 전씨가 주모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지 사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뿐만 아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NS쏘울 본사 지하 2층~지상 4층 건물에 NS쏘울F&S를 비롯해 중앙티앤씨까지 함께 입주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에 입주한 또 다른 업체 엠스타일도 중앙티앤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밖에 NS쏘울은 상장업체인 D사의 지분 11.89%를 갖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이들은 지분관계로 얽혀 있어 처음부터 사기 공모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은행, 휴대폰 유통구조도 몰라

그렇다고 하나·국민·농협은행의 대출심사 체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KT ENS가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휴대폰을 KT에 납품한다는 점에서 대출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KT를 비롯한 통신 3사의 경우 제조업체와 직접 휴대폰을 거래한다고 밝혔다. KT ENS가 휴대폰 판매 업무를 한 적은 있지만 이는 협력업체가 아닌 KT로부터 공급받아 판매를 대신해주고 수수료를 받은 것이다. 이 같은 사업도 이미 2012년 말 끝났다. 또 NS쏘울F&S는 당시 하나·국민·농협은행 외 다른 시중은행에도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장은 “2012년 NS쏘울F&S가 500억원의 대출을 요청했는데, 담당자들이 계약관계 등을 본 뒤 이상하다고 여겨 거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6년 사기' KT협력사 6곳 사실상 한 회사

○자본잠식 여부도 파악 안해

사기대출을 주도한 뒤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전모씨가 2010년 말 설립한 납품업체 NS쏘울F&S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기업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설립 이듬해 5억9500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2011년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5억8600만원)에 빠졌다. 납입자본도 1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가짜 매출채권에 신용등급 A를 부여한 한국신용평가를 믿고 SPC에 거액을 대출해줬다. 하나은행은 2011년 2300억원의 대출 한도를 설정했다. 이 중 903억원을 상환받지 못한 채 떼일 상황에 처했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도 총 1000억원의 한도를 설정해준 뒤 592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NS쏘울F&S 등으로부터 휴대폰을 납품받으며 이에 대한 지급의무를 지겠다는 KT ENS의 사업협약서를 믿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6년여 동안 기본적인 사항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일규/박신영/심성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