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쇼트트랙 산뜻한 출발…심석희 일낸다
한국 쇼트트랙의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다관왕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심석희는 1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 마지막 8조에서 44초197의 기록으로 발레리 말타이스(캐나다·44초09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무대가 처음이지만 각 조 1·2위가 나서는 준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첫 관문을 가볍게 넘어섰다. 심석희는 이번 대회에서 500m·1000m·1500m와 단체전인 3000m 계주에 출전해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심석희와 함께 여자 500m에 출전한 박승희(22·화성시청)와 김아랑(19·전주제일고)도 무난히 첫 경기를 마쳤다. 첫 번째 조에서 뛴 김아랑은 43초919로 2위를 차지했고, 4조의 박승희는 44초180으로 여유 있게 1위로 레이스를 끝내 준준결승 대열에 가세했다.

심석희는 이어 열린 3000m 계주에서도 박승희, 공상정(18·유봉여고), 조해리(28·고양시청)와 함께 출전해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준결승 1조에서 캐나다, 러시아, 헝가리와 레이스를 펼친 한국은 4분08초052로 1위를 차지해 1·2조 상위 두 팀씩 나서는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캐나다(4분08초871)가 한국에 이어 1조 2위로 결승에 나선다.

여자 500m의 준준결승 및 준결승·결승 경기는 13일, 3000m 계주 결승전은 18일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심석희는 이번 올림픽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24),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와 함께 새로운 여왕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4년 전 밴쿠버에서 여자 쇼트트랙이 ‘노골드’의 수모를 겪었던 터라 심석희가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1994년 릴레함메르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전이경,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휩쓴 진선유에 이어 심석희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성장하며 ‘에이스 갈증’을 해소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최강자’로 우뚝 선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심석희도 주니어 때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집하며 ‘효자 종목’ 쇼트트랙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떠올랐고, 시니어 무대에서도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오륜중에 재학 중이던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동계 유스올림픽에서 2관왕(500m·1000m)에 오르며 예비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이때부터 중국 등 경쟁국 선수들을 앞질렀고, 시니어 무대에 첫선을 보인 2012~2013 시즌 6차례 월드컵에서는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1차 대회 3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500m는 6개 대회 모두 시상대 꼭대기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고등학생이 된 지난해 2013~2014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한 그는 월드컵에서도 매 대회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174㎝의 큰 키에서 비롯된 체격 조건과 지구력을 갖춘 심석희는 막판 스퍼트에서 강점을 보인다. 여기에 지독한 ‘연습 벌레’이기도 해 그야말로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선수라는 평가를 듣는다.

경기장 밖에서는 말 한마디를 꺼낼 때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빙판 위에서는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갖춘 대범한 승부사로 변신한다.

심석희는 소치에서 쇼트트랙의 여왕에 오른 뒤 안방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한국 쇼트트랙의 대표주자로 활약할 전망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