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찾은 주요 대학 캠퍼스에는 개강을 앞두고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 사이에서 화제의 단어는 단연 ‘수강신청’. 신학기를 맞아 대학가에서 홀로 수업을 듣는 '독(獨)강족'들이 눈길을 글고 있다. 독강이란 ‘홀로(獨) 강의를 듣는다’는 뜻의 신조어다.

이날 서울의 한 대학 근처 카페에서 만난 H대 4학년 장모씨(24)도 독강족 중 한 명이다. 수강신청 결과전 과목 독강이라고 입을 연 장씨는 “졸업 요건인 이중전공을 이수하고, 취업 준비를 위해 교환학생을 갔다 왔더니 친구들과 엇갈려 독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충북 소재 C대 3학년 김모씨(22)는 이번 학기 8과목 중 7과목을 혼자 듣게 됐다. 김씨는 복수전공과 교직이수를 했다. 졸업을 위해 학점을 채우다 보니 독강을 택하게 됐다. 서울 소재 K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홍모씨(24)는 이번 학기 2과목을 독강한다. 5과목을 독강했던 지난 학기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필요한 수업을 신청하다 보니 홀로 수강하게 됐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대학생 951명을 대상으로 '나홀로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 대학생의 66.7%가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니다'고 답한 응답자는 17.1%, 16.2%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독강족들은 독강의 장점으로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고,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씨는 “졸업에 필수적인 수업, 잘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수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강의시간에 앞자리에 앉기도 쉽고, 친구를 의식하지 않아도 돼서 강의에 집중할 수 있다. 수업을 놓치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수업을 더 열심히 듣게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강족들은 조별과제를 어려움으로 꼽았다. 장씨는 “조를 짜기도 어렵고, 어떤 사람과 한 조가 될지 모르니 무임승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홍씨는 “혼자 수업을 들으면 조별 과제 시 조원 상호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하루는 수업을 결석했는데 휴강 공지를 전해 듣지 못해 다음 시간에 가보니 강의실이 텅텅 비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독강족은 복학생과 아웃사이더로 대표되며 대학사회에서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비주류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요즘 대학가에서 혼자 다니는 것은 더 이상 특이한 일이 아니다. 넓은 강의실에 한 자리씩 띄엄띄엄 앉아있는 학생들과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장씨는 “고학년 수업으로 갈수록 혼자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취업난은 대학가 문화도 바궜다. 스펙 쌓기와 학점 관리에 열중하다 보니 '나홀로 문화'가 대학가의 신 풍속도로 자리잡았다.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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