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니에서 얻는 교훈
지난 6일 일본 소니는 TV 사업을 분사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오(VAIO)’ 브랜드로 한때 회사를 먹여살리던 PC 사업은 아예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달 27일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 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으로 낮추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소니는 1970~80년대 브라운관 TV로 세계를 주름잡았다. 다른 제품보다 두 배 이상 선명하다는 ‘트리니트론’ 브랜드의 소니 TV는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걸어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워크맨’은 세계인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어느새 성공에 따른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브라운관 TV가 퇴조하고 LCD PDP 등 평면 TV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소니는 외면했다. 브라운관 화질이 더 좋다는 이유였다. 과감하게 평면 TV에 투자한 샤프 삼성전자 LG전자 등 경쟁사를 무시했다. 워크맨을 대체한 MP3 플레이어의 등장에도 오만했다. 소니가 내놓은 MP3 플레이어는 독자적인 방식의 파일만 재생이 가능했다. 비디오(VCR) 시장에서 독자 기술인 베타맥스를 고집하다 생산을 중단했던 과거를 되풀이했다.

올 1월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4’에서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소니는 과거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그것에서 배워 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반복된 실수’는 결국 ‘실패’의 다른 말이었다. 그가 “소니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고객에게 ‘간도(感動)’를 전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쌓이는 적자에 ‘간도’는 별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소니를 제치고 TV 시장을 휩쓸고 있는 업체가 삼성전자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세계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작년부터는 스마트폰에서도 애플을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소니를 보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신경영 20주년 기념일에 임직원들에게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무섭게 따라오는 중국 기업들이 30년 후 한때 소니가 얕봤던 삼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