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미국 특허등록으로 다시 주목

황우석 박사는 200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사이언스'에 발표, 국내외 과학계에서 '영웅'으로 추앙되다 이듬해 논문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했던 인물이다.

그는 그러나 나름대로의 연구 활동을 이어가며 간간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다 이번에 '1번 인간배아줄기세포(NT-1)'가 미국에서 특허 등록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황 박사는 논문 조작 사실이 밝혀진 이후 형법(연구비 횡령 및 사기)과 생명윤리법(난자불법매매)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6년부터 일찌감치 재기를 시도했다.

서울대에서 해임된 2006년 7월 서울대 수의대 제자들과 함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세웠고, 같은 해 본인을 연구책임자로 명시한 '체세포 핵이식 방식의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을 보건복지가족부(현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이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비윤리·비양심적 행위의 장본인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게 위원들 다수의 의견이었다.

비록 정부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하고 국가 연구비 지원도 없었지만 황 박사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동물 복제'에 초점을 맞춰 나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쳐왔다.

연구비는 주로 지인들과 불교계,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지원받았다.

황 박사팀이 논문이나 국내외 언론을 통해 공개한 동물 복제 분야 주요 연구성과로는 ▲골든 리트리버 복제(2007년 3월) ▲비글견 복제(2007년 7월) ▲중국 사자개 티베트마스티프 복제(2008년 4월) ▲9·11 인명구조견 트랙커 복제(2009년 6월) 등이 알려졌다.

아울러 황 박사측은 과거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제 존재하는 '1번 배아줄기세포(NT-1)'에 대한 해외 특허 취득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2011년 9월 캐나다 특허청으로부터 물질특허와 방법특허를 얻었고, 이번에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특허 등록을 마쳤다.

특히 최근 그는 빙하기에 멸종한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해외 언론 보도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3월과 5월 미국 자연다큐멘터리 전문 방송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과 보도전문채널 CNN은 잇따라 황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의 매머드 복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2012년 8~9월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트와 야나 강 일대에서 얼음과 땅속에 파묻혀 있는 매머드의 혈액 등 신체조직을 발굴한 바 있다.

지난달 14일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도 '복제의 귀환'(Cloning comeback)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황 박사의 근황을 전했다.

네이처는 기사에서 45명의 연구원이 근무하는 연구소(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소와 돼지 배아가 하루에 300개씩 생산되고, 한 달에 15마리 정도의 복제 개가 태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연구소가 베이징게놈연구소(BGI)와 협력 관계에 있고, 매머드 복제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는 그러나 "8년 전 논문 데이터를 조작, 희대의 과학적 사기에 휘말렸고 한국 사회와 과학계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며 황 박사의 과거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